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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선 ㅣ K-포엣 시리즈 5
안상학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7.
노래책시렁 324
《그대 무사한가》
안상학
한길사
1991.10.5.
저는 1995년에 어버이집에서 제금나면서 몇 가지를 안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보임틀(텔레비전)·쇳덩이(자동차)·바람이(선풍기)·빨래틀(세탁기) 없이 살아갑니다. 이 가운데 빨래틀은 2013년 무렵 비로소 들였으나, 혼자 빨래할 적에는 안 씁니다. 겨울에도 으레 손빨래를 하고, 빨래틀은 선반 구실입니다. 싱싱칸(냉장고) 없이 열다섯 해쯤 살기도 했습니다. 손발에 두바퀴(자전거)가 있으니, 이모저모 없대서 삶이 고단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눈코귀로 둘레 숨결을 느끼고,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마주하면 하루가 느긋하면서 넉넉합니다. 《그대 무사한가》는 1991년에 나온 꾸러미입니다만, 적잖은 분들은 이 꾸러미에 나오는 글 비슷하게 적어야 ‘시·문학·예술’인 듯 여긴다고 느낍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실내포장 아저씨’라든지 ‘공장으로 떠난 돌쇠’라든지 ‘진달래꽃 따먹던 어린 아버지’를 글로 담는 ‘글순이(여류시인)’이 있을까요?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글쟁이는 스스로 굴레에 가두어 ‘글 아닌 굴레’를 퍼뜨린다고 느낍니다. ‘굴레를 쓰기’에 나쁘지 않습니다만, 이 나라 ‘시·문학·예술’이 온통 ‘글쓰기 아닌 굴레쓰기’라면 좀 걷어내야지 싶어요. 굴레가 있어야 삶이 있지 않아요.
ㅅㄴㄹ
이런 날엔 당신이 생각납니다 할머니 / 죽어서도 갈 수 없었던 당신의 고향 황해도와 / 진달래꽃 따먹던 유년의 봄을 그리워하신 / 생전의 당신 모습이 진달래꽃 수놓인 / 북한제 고무신 한짝을 보노라면 불현듯 생각납니다 (꽃 고무신/15쪽)
감꽃 속에 웃던 웃음 그대로 여섯 해를 / 천방따라 학교길 잘도 따라 오가더니 / 중학교에 갈 때는 더는 따라 못 오고 / 대구 어느 공장으로 떠나간 순연이 (어개골/22쪽)
총각, 총각은 어쩌다가 혼자 술을 마신당가 / 내가 결혼하고 돌아서서 서방 잃고 / 전라도 충청도 떠돌다 / 사람 설은 경상도로 흘러왔지만, / 총각, 오늘이 내 결혼 십주년 기념일이여 / 비에 젖어 뽕짝에 한잔했지라 / 오늘은 내가 한잔 낼 텐께 마음 놓고 한잔혀 / 그래 그날도 오늘같이 비가 억수로 내렸제 / 비내리는 인천 송도 바닷가에서 / 다홍치마 적셔가며 사진 찍을 때 그랬지라 / 내 평생 비바람은 이 사람이 막아줄끼라 (실내포장 아줌마/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