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거의 나은 2022.9.4.해.



거의 낫는구나 하고 느끼는 때는, 아직 나으려면 멀고, 끝까지 고요히 가야 한다는 뜻이야. 애벌레는 옛몸이 모조리 녹아서 새롭게 깨어날 때까지 그저 가만히 웅크리고서 꿈을 그린단다. 꽃망울·잎망울도 마찬가지야. 섣불리 터지거나 남보다 먼저 벌어지려고 한다면 ‘철이른’ 짓이기에 그만 어그러지거나 빨리 시들지. ‘끝’을 다 지나갈 때까지 끝나지 않아. 끝을 다 지나가도록 오직 ‘나아가는 길’만 그리기에 참말로 끝이 나고, 다 낫는단다. 서두르지 마. 그르치고 싶다면 서두를 수 있겠지. 그냥 아픈 채 살려면 서둘러도 돼. 그러나 네가 눈부시게 튼튼한 몸으로 늘 새롭게 깨어나는 하루를 바란다면, 고요히 마음을 보고 몸짓을 내려놓으렴. 힘을 빼고 기운을 쓰렴. 아프거나 앓는 몸으로 함부로 힘을 쓰면 몸이 뒤틀려. 마음을 다하는 기운을 쓰면 몸은 가벼이 움직이면서 하나도 안 힘들단다. 차분히 움직이고 천천히 하면 돼. 옆에 있는 나무가 잎을 다 틔웠어도 너는 네 잎만 바라보면서 느긋이 틔우면 푸르게 자라겠지. 너를 너답게 다스리지 않고서, 너를 남한테 맞추려는 짓은 우습기도 하지만, 널 죽음수렁으로 몰아세운단다. 남들처럼 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겠지? 그 아이는 그 아이야. 그 아이가 너처럼 되고 싶어하면 그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란다. 넌 누가 되고 싶어? 넌 네가 될 노릇이요 하루일 테지? 넌 스스로 서고 노래하는 너이기에 빛나고 즐거워 활짝 웃지. 네가 너일 때에만 너는 웃음도 울음(눈물)도 네 삶으로 삼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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