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키려는 2022.9.7.물.



지키려는 마음은 안 나빠. 언제나 가까이하고 싶을 수 있고, 쓰고 싶을 수 있지. 그런데 지키려고 하면 으레 억지를 쓰느라 쉽게 갇힌단다. ‘지키기’는 혼자 쥐고서 아무하고도 안 나누려는 마음으로 뻗지. ‘지키기’는 안 빼앗기려 하면서 둘레를 노려보거나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몸짓으로 뻗기도 해. ‘지키기’는 느긋이 누리거나 넉넉히 나누는 삶하고 멀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웃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가뿐하지 못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지 못하는 수렁으로 간단다. ‘지키기’는 그만 ‘지키려는 마음에 갇혀’서 함께 있는 사람을 옥죄거나 눌러서 다같이 갑갑하지. 나라를 지키겠다면서 총칼을 만들고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리는데, 참말로 총칼·싸울아비로는 무엇을 지킬까? ‘나라’가 아닌 ‘우두머리·벼슬아치’를 지키지 않니? “마음을 지킨다”는 말은 뭘까? 마을은 누가 어떻게 지키지? 샅샅이 보는(감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될까? 집은 누가 어떻게 지키지? 울타리를 높이거나 자물쇠를 채우면 될까? 다들 ‘지킨다’고 나서는 모든 모습이 막상 ‘가두어’버려서 스스로 숨막히는 굴레이지 않아? 옭아매고 누르고 붙잡아 놓아 정작 숨조차 못 쉬고 생각을 열지 못하지 않아? 무엇을 고이 품거나 언제나 누리고 싶다면 ‘지키려는’ 마음을 풀어 버리렴. 지키지 마. ‘살리’렴. 살리도록 하면 돼. ‘살리기 = 살림’이야. ‘지킴이’가 아닌 ‘살림이’로 살아가기를 바라. 말도 마음도 생각도, 집도 마을도 나라도, 돈도 이름도 힘도, 숲도 별도 언제나 ‘살리’도록 숨결을 불어넣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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