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두바퀴 2023.6.23.쇠.



두 발을 굴려서 새로 길을 내는 ‘두바퀴’가 있더구나. 두 발을 안 구르면서 멀리 오가는 ‘두바퀴·네바퀴’가 있고. 너희는 ‘바퀴’를 굴려서 짐을 가볍게 나르고 몸을 멀리 보낼 수 있다고 여기지. 틀린 일은 아니야. 그런데, 바퀴로 가려면 들이랑 숲을 밀어내야 하지 않아? 두 다리로 걷거나 달릴 적에는 들도 숲도 멀쩡하지. 곰·여우·늑대·범·코끼리가 다니더라도 들숲이 망가지는 일이란 없어. 한동안 발자국이 남더라도 풀씨가 자라고 가랑잎이 덮으면서 흙빛으로 고스란히 돌아가지. 이와 달리, 너희들이 타는 모든 ‘바퀴’는 따로 들숲을 파헤치고 죽이더구나. 생각할 수 있을까? 들숲을 고스란히 두면서 푸르게 이웃하고 어우러지는 길을 다닐 적에는 ‘멀고 가깝고’란 없이 ‘길’을 간단다. 너희를 둘러싼 이웃을 만나고 느끼고 얘기하려고 ‘두 다리’로 걷지. 너희 곁 이웃을 몰아내고서 너희끼리 놀려고 이웃 삶터를 무너뜨리고 죽여서 ‘바퀴길(찻길)’을 내더구나. 그 바퀴길(찻길)은 나쁘지는 않지만 ‘살림길·어울림길’이 아니지. 바퀴를 더 몰고 더 타고 더 달릴수록, 너희 몸은 ‘잿더미’라는 죽음터에 스스로 파묻힌단다. 두 다리로 걷고, 두 손으로 만지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기에, ‘너’는 ‘너를 둘러싼 남’을 느끼고 알아차리면서 ‘나와 너’라는 ‘두’ 길이 언제나 ‘하나’인 줄 익힐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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