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6.30.

오늘말. 잎갈나무


휘파람새가 노래하는 봄이요 여름입니다. 누구는 휘파람새 노래가 퍼질 적에 문득 일손을 놓고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요. 누구는 쏙독새에 할미새에 제비가 노래하거나 말거나 거들떠보거나 살펴보는 눈이란 없이 시끄럽게 굽니다. 새 한 마리를 이웃으로 삼는 마음이라면 잎깃큰나무를 알아보는 발걸음이에요. 새 두 마리를 동무로 받아들이는 매무새라면 잎깃나무를 반기는 눈꽃입니다. 새 석 마리를 품는 살림살이라면 잎갈나무로 숲정이를 두르면서 삶넋을 새빛으로 가꾸는 눈망울이 아름답습니다. 갓 나온 잎에 갉자국이 있으면 어느 벌레가 이렇게 맛나게 드셨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우리길은 먼길이나 샛길이 아닙니다. 이 고장 저 고장 다 디뎌 보아야 나라마실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걷는 동안 한겨레길을 알아차릴 만합니다. 따지거나 뜯어보아도 되지만, 꿈을 톺아보는 눈짓으로 우리 머리에 새얼을 그려 봐요. 저 늪에 내려앉는 새가 있습니다. 이 나뭇가지에 앉는 새가 있어요. 저 구름을 타는 새가 있군요. 여기 지붕에 앉아 노래하는 새가 있어요. 해가 쏟아지는 낮에도 별이 드리우는 밤에도, 우리는 노랫가락으로 살림얼을 짓습니다.


ㅅㄴㄹ


갉자국·갉은자국·먹자국·먹은자국·밥자국·밥자취 ← 식흔(しょく-こん食痕)


한겨레길·우리길·나라걷기·나라밟기·나라마실·나라나들이·가로지르다·누비다 ← 태극종주, 국토순례, 국토횡단, 국토종단, 국토종주


잎갈나무 ← 낙엽송(落葉松), 적목(赤木)


잎깃나무 ← 낙우송(落羽松)


잎깃큰나무 ← 메타세쿼이아


늪 ← 습지(濕地)


그리다·돌아보다·보다·되짚다·되살피다·짚다·톺다·헤아리다·살펴보다·싶다·따지다·떠오르다·뜯어보다·꿈·얼개·틀·판·눈·눈길·눈꽃·눈망울·머리·대가리·읽는눈·보는눈·살림얼·살림넋·삶얼·삶넋·새빛·새넋·새얼·별 ← 사고(思考)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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