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1 따라쓰기
따라하려 들면 누구나 무엇이든 못 하게 마련입니다. 토끼는 토끼처럼 뛰고 달릴 뿐, 거북이처럼 기지 못 합니다. 거북이는 거북이처럼 길 뿐, 토끼처럼 뛰거나 달리지 못 합니다. 거북이가 헤엄치듯 토끼가 헤엄칠 수 있을까요? 둘레 숱한 이웃님은 자꾸만 ‘훌륭한 책(추천도서·권장도서·명작)’을 읽으려 하십니다만, 저는 제발 ‘훌륭한 책’을 읽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훌륭한 책’을 아무리 읽는들 훌륭한 사람으로 깨어나지 않거든요. 훌륭한 사람으로 깨어나는 길은 늘 하나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를 꾸밈없이 바라보고 사랑할 노릇입니다. 스스로 제 모습을 사랑하지 않기에 얼굴을 꾸미고 옷차림을 꾸밉니다. 말을 꾸미고 글까지 꾸미지요. 그러나 꾸밈은 참낯이 아닌 겉낯입니다. 속임낯이자 가림낯이에요. 따라하지 말아요. 따라읽지 말아요. 따라쓰지 말아요. 아무리 ‘훌륭한 책’이어도 따라쓰기(필사)를 하다가는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잊고,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하고 멀리 떨어집니다. 오직 우리 모습을 꾸밈없이·티없이·가없이 즐겁게 노래하면 어느새 사랑이 피어나고,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아름꽃’으로 나아갑니다. 가볍게 생각해요. 즐겁게 읽어요. ‘훌륭길’ 아닌 ‘우리길’을 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