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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6.25.
다듬읽기 15
《빌뱅이 언덕》
권정생
창비
2012.5.25.
《빌뱅이 언덕》(권정생, 창비, 2012)에 실린 글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습니다. 저는 진작부터 권정생 님 모든 책을 샅샅이 챙겨서 읽었기에 굳이 이런 글모음이 없어도 되리라 여기지만, 판이 끊어진 책에 깃든 글을 추려서 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권정생 님 글을 왜 읽을까요? 우리 스스로 ‘허깨비 서울살림을 벗으려’고 읽나요? ‘좋은글 읽어치우기(소비)’일 뿐인가요? 사람들이 자꾸 잊는데, 이오덕 님이나 권정생 님은 ‘서울 아닌 시골’에서, 더구나 ‘두멧시골’에서 조용히 살림을 짓고, 해바람비랑 풀꽃나무를 벗삼아 하루를 노래했습니다. 두 분은 처음부터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쓸 뜻’은 아니었으나, 두 분 모두 여린몸인 터라 시골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시골에서 숨을 거두는 날까지 살아가면서 ‘글을 쓰든 안 쓰든,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려면 숲을 품는 보금자리를 일굴 노릇’인 줄 몸소 느꼈고, 이 삶빛을 이웃하고 글로 나누려는 길이었습니다.
ㅅㄴㄹ
어릴 때 우리 집은 어둡고 음산했다
→ 어릴 때 우리 집은 어두웠다
→ 어릴 때 우리 집은 어둡고 퀴퀴했다
13쪽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꾸짖거나 가르쳐서는 안 된다
→ 사람이 사람답자면 나무라거나 떠들어서는 안 된다
→ 사람은 꾸중이나 떠벌림으로는 사람다울 수 없다
17쪽
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죽은 것은 그래도 가정환경이 가장 좋다고 한 태호였다
→ 그래도 집살림이 가장 좋다고 한 태호가 우리 가운데 맨 먼저 죽었다
→ 그래도 가장 먹고살 만하다고 한 태호가 우리 가운데 맨 먼저 죽었다
27쪽
야학을 열어 마을사람들을
→ 밤배움을 열어 마을사람을
→ 배움밤을 열어 마을사람을
52쪽
그때만 해도 역시 공부는 인생의 최후 수단이며 목적이었다
→ 그때만 해도 배움길은 삶에서 마지막이며 뜻이었다
67쪽
씨앗은 종묘사에서 팔고
→ 씨앗은 씨앗집에서 팔고
88쪽
허생은 매점매석으로 돈을 벌어들였다지만
→ 허생은 거머쥐어 돈을 벌어들였다지만
→ 허생은 도차지로 돈을 벌어들였다지만
89쪽
그냥 풍년만 들면 즐거웠다
→ 그냥 넉넉하면 즐거웠다
→ 그냥 푸지면 즐거웠다
91쪽
자연과 떨어져 책상 앞에서만 공부한 결과가 이리 된 것일 게다
→ 숲과 떨어져 책상에서만 배운 탓에 이리 된 듯싶다
→ 들숲과 떨어져 자리맡에서만 배웠기에 이리 된 듯싶다
114쪽
꽃다지를 ‘코따데기’라고 부르는 것은 정직하고 자연스럽다
→ 꽃다지를 ‘코따데기’라고 하니 바르고 부드럽다
→ 꽃다지를 ‘코따데기’라고 하니 참하고 수수하다
223쪽
문화생활이라는 도시적 삶은 자연을 병들게 하고 결국 인간의 생명마저 파괴한다
→ 서울살림 탓에 숲이 시들고 마침내 사람 숨결까지 망가진다
→ 서울살이 때문에 숲이 망가지고 끝내 사람까지 목숨을 잃는다
269쪽
하느님 뜻에 맡기는 것은 거룩한 성전에서 값싼 눈물로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 하느님 뜻에 맡기기란 거룩한 울타리에서 값싼 눈물로 조용히 비는 길이 아니라
288쪽
그들은 특권이 있고 특혜가 있고 일하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천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들은 감투가 있고 덤이 있고 일하는 사람들과는 등진 별나라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3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