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3.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

 닥터 수스 글·그림/김혜령 옮김, 시공주니어, 1994.11.28.



구름밭이 대단하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가랑비가 듣는 낮이다. 오, 비를 뿌려 주는구나. 이 빗길을 가볍게 달려 우체국을 다녀온다. 흩뿌리는 봄비를 누리는 들길은 싱그럽다. 비를 맞으며 들길을 달리면서 한 손을 들어 바람을 붙잡는다. 비가 오니 마을이 조용하다. 오직 새노래에 개구리노래만 퍼진다. 이 비가 서운한 분도 있을 테지만, 이 비가 매캐한 하늘을 파랗게 씻어 준다. 올해에는 봄비가 잦아서 이른더위가 그야말로 없는 듯하다.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두 아이가 어릴 적부터 무릎에 앉히고서 자주 읽어 주었는데, 어렴풋이 떠오른다고도 하지만 낱낱이 생각나지는 않는 듯싶다. ‘바솔러뮤 커빈즈’도 ‘임금’도 굳이 싸워야 할 일이 없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림을 지으며 스스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는 스스로짓기로 즐겁고 아름답다. 뾰족하게 높다란 돌집에서 우쭐거리면서 힘을 부리는 임금은 손수짓기란 하나도 없지만 ‘허수아비를 거느리는 멋’에 사로잡히면서 살아간다. 낫거나 나쁜 길은 없다. 그저 겪어 보면서 배우는 길이다. 닥터 수스 그림책은 가르치지 않고 가만히 보여주기만 한다. 보여주되 익살을 섞고, 눈물을 담고, 노래를 얹고, 꿈을 심어,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손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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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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