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얼얼 2023.1.4.물.



손가락이 얼 수 있는 겨울이야.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 손가락이 얼얼하다면 뼛속으로 찌릿찌릿하면서 고단할 만해. 핏기운이 사라지는 ‘얼음’이야. 핏기운이 없는 듯하달까. 핏기운이 돌아야 비로소 손가락도 몸도 살아나서 움직일 만해. 핏기운이 있더라도 옅다면 몸이 아프겠지. 핏기운이 따뜻하게 돌 적에는 스스로 마음껏 움직이거나 다루는 몸이야. 핏기운이 옅을 적에는 몸이 뻣뻣하니, 제대로 못 움직이거나 쉽게 다쳐. 추위를 흘려넘기지 않으면서 마음 가득 심고 나니, 손발도 얼굴도 얼얼하겠지. 이때에는 몸을 네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울 텐데, ‘앎(알맹이)’이 없거나 옅은 ‘얼뜨기·얼간이·얼치기’를 생각해 보렴. ‘어리석’거나 ‘어리숙’한 모습은 “몸이 얼어붙도록 팽개치는” 짓이라고 여길 만해. 그런데 알아두렴. 옷을 겹겹으로 입거나 두껍게 두르기에 안 얼지 않아. 마음으로 스스로 따뜻한 햇볕을 그리고 품기에 몸에 따뜻한 햇볕이 새록새록 피어난단다. 네 핏기운이 바로 ‘해기운(햇볕)’이야. 네 손끝에도 발끝에도 해기운(햇볕)이 고루 흐르도록 네 피를 돌보고 아끼렴. ‘핏방울’은 네가 마시는 ‘바람(숨)’을 온몸으로 실어나르지. 곧, 네가 숨을 제대로 쉬어야 핏방울이 네 몸 곳곳을 고루 돌면서 너 스스로 온몸에 해기운(햇볕)을 퍼뜨린단다. ‘숨(바람) + 피(물) + 기운(볕·해)’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생각을 기울여 마음을 다스리기에, 너한테 어떤 추위도 더위도 얼씬하지 못 한단다. 옷을 입을 적마다 이 고리(얼개)를 찬찬히 그리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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