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해병대 2022.12.27.불.
너희는 ‘귀신 잡는 해병대’ 같은 말을 쓰더구나. “이 땅에서 몸을 내려놓고서 나아갈 새길을 놓친 채 하염없이 떠도는 ‘넋’”이 ‘귀신’이지. 떠도는 넋을 ‘해병대’라는 싸울아비(군인)가 어떻게 잡는다는 말일까? 몸뚱이가 있다면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거나 주먹을 날리려 들 테지만, ‘몸 없는 귀신’을 잡는다고 하니, 참 우습구나. 아무래도 ‘대단히 씩씩하고 두려움 없이 싸운다’는 뜻을 내세우려는구나 싶은데, ‘잘 싸우는 놈’이 왜 무엇이 씩씩할까? 싸움을 하지 않고서 언제나 노래와 놀이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이 참답게 씩씩하지 않을까? 총칼을 들이밀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무리 앞에서 빙그레 웃고 사랑으로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두려움 없는 참빛’이지 않겠니? ‘귀신 잡는 해병대’ 같은 이들은 ‘주먹으로 두들겨패고 사납게 몰아붙여서 몸을 길들여’ 놓을 뿐이야. 그들 해병대는 얼핏 드센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주먹질에 치이고 싶지 않아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슬픈 넋이란다. 해병대뿐 아니라 다른 싸울아비(군인)도 같아. 그들은 ‘살림길’을 배운 적이 없어. 모든 싸울아비는 이름처럼 ‘싸우는 사내’야. 보렴. 왜 ‘군인’이나 ‘해병대·육군·공군’처럼 속모습을 슬쩍 감추는 이름을 쓰겠니? 누구보다 더 사납고 매섭게 목숨을 쉽게 빼앗는 손재주를 길들여 놓는 싸움터(군대·전쟁)란다. 그곳에는 ‘살림길’이 없지. ‘죽음길’만 있어. 그래서 군인은 ‘죽기 싫어 죽이는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단다. 불쌍ㅎ사지만, 스스로 뭐가 불쌍한 줄 모르는 채 ‘총 쥐고 제복 입으면 멋진’ 줄 아니까, 바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