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8.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
네코넷코 편집부/전화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23.5.13.
볕이 가득한 길을 걷는다. 눈앞에서 놓친 601버스를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한다. 12분을 기다려서 탄 버스는 한강다리를 건넌다. 적잖은 두바퀴(자전거)가 거님길을 내지른다. 두바퀴는 거님길을 달려서는 안 된다. 뚜벅이도 두바퀴길(자전거 전용도로)을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서로 안 지킨다. 붐비는 전철을 거쳐 붐비는 시외버스를 탄다. 서울을 벗어나니 비로소 쇳덩이가 줄고 높은집이 사라지면서 들숲을 만난다. 우리 숨통을 틔우는 터전이란 풀꽃나무에 해바람비이다. 서울이 없어도 누구나 잘살 수 있으나, 숲이 없으면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새뜸(언론)과 책은 온통 서울살이를 다루고, ‘서울로 올라간다·부산으로 내려간다’처럼 ‘서울 위·시골 아래’라고 하는 디딤턱(신분·계급)이 말씨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를 읽었다. ‘안전사고’라는 일본말과 ‘예방 안내’라는 일본말을 언제쯤 걷어낼 수 있을까? “고양이 포근하게 돌보기”라든지 “고양이와 아늑히 살기”처럼, “고양이 포근돌봄”이나 “고양이와 아늑하게”처럼, 바라보는 눈길을 바꾸고, 눈길에 따라 말결을 바꿀 수 있을 적에, 참으로 우리 터전은 우리 스스로 저마다 다르면서 눈부시게 일구리라 느낀다. 시골집에 닿고서 별을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