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라니 NIE Eco Guide 1
김백준.이배근.김영준 지음 / 국립생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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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6.21.

숲책 읽기 193


《한국 고라니》

 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3.28.



  《한국 고라니》(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를 읽고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들짐승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나라가 드뭅니다. 범에 여우에 늑대가 자취를 감추었고, 곰도 없다시피 하지만 겨우 몇 마리를 살려서 풀어놓는데, 멧돼지하고 고라니를 아주 숨도 못 쉬도록 짓밟아요.


  우리나라는 틀림없이 작습니다. 작되 멧골과 숲과 들과 바다가 넓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나라지기도 고을지기도 이 작은 나라에 깃든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아름빛으로 살리는 길을 여태·아예·그야말로 안 갑니다. 이 작은 나라에 총칼(전쟁무기)은 끔찍하게 많고, 이 작은 나라에서 돌이(남성)는 갓 스무 살에 싸움터에 끌려가서 바보로 뒹굴어야 합니다. 그런데 돌이 가운데 돈·이름·힘이 있으면 싸움터에 안 끌려가고 뒷길로 빠져나옵니다. 또는 종잇조각(대학생 신분)이 있으면 싸움터를 한참 미루거나 빠져나올 길이 있어요.


  이 땅에 고라니가 몇 마리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지요. 푸른별(지구)에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용케 살아남은 작은 들짐승인 고라니인데, 이 작은 나라는 고라니한테 ‘밉짐승(유해동물)’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곰곰이 보면 고라니가 밉짐승일 수 없습니다. ‘밉짐승 = 사람’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좀 세게 말을 해본다면, ‘으뜸밉짐승 = 서울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라니도 사람도 ‘밉놈’이지 않아요. 고라니는 고라니이고, 사람은 사람입니다. 곰은 곰이고, 참새는 참새입니다. 모든 숨결은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저마다 다르게 푸른별에서 제 보금자리를 일구어요. 다 다른 숨결이자 숨빛이기에 서로 새롭게 마주하고 바라볼 눈망울로 이야기를 짓는 하루를 누립니다.


  사람들은, 누구보다 서울사람은 고라니를 볼 일이 없습니다. 고라니를 볼 일이 없어서 고라니를 모릅니다. 시골사람은 고라니가 파먹는 풀줄기나 풀뿌리나 풀잎이 못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서울사람은 고라니를 볼 일이 없지만, 고라니 터전을 무시무시하게 빼앗았습니다. 시골사람은 고라니를 으레 보지만, 고라니가 누릴 들숲바다를 풀죽임물(농약)으로 잔뜩 망가뜨렸습니다. 우리는 ‘고라니 눈길’로 ‘사람살이’를 바라본 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언제나 이웃 마음이 되어 헤아릴 노릇입니다. 곰이 보기에 사람은 어떠할까요? 고래가 보기에 사람은 어떠할까요? 닭이 보기에 사람은 어떠한가요? 정어리가 보기에 사람은 어떠하지요? 고르르르 꼬르르르 울음소리를 내면서 멧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고픈 고라니입니다. 사람이 두렵고 무섭다고 여기는 고라니인데, 여우에 늑대에 범은 모두 쫓겨났어도 아직까지 이 땅에 살아남았습니다. 고라니는 숱하게 치여죽고 맞아죽으면서도 ‘숲에서 살아가는 매무새’를 고이 건사한 이웃이라고 여길 만하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영어로 고라니의 이름은 ‘Water Deer’, 즉 ‘물사슴’이다. 그만큼 고라니는 물을 좋아하고 또 의외로 수영을 잘하는 동물이다. (47쪽)


고라니의 짝짓기나 출산 등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고라니가 흔하다 해도 그 흔한 고라니가 언제 짝을 짓는지, 언제 새끼를 낳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57쪽)


2014년 한 해에만 충청북도에서 1만 2000여 마리의 고라니가 유해동물이라는 이유로 포획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식하는 고라니의 개체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1쪽)


전국 170여 개 시·군으로 보면 5만 1000∼8만 5000여 마리의 고라니가 매년 구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는 수렵으로 잡는 수를 감안하면 해마다 6만∼10만 마리 정도의 고라니가 직접적으로 사냥을 당하고 있다. 이 숫자는 밀렵 등으로 사라지는 수는 제외한 것이다. (109쪽)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도로의 과잉 건설을 막아야 한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이 마치 발전의 상징인 양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행동권이 극히 좁은 고라니마저 살 곳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1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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