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18. 밤빛 별빛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인천하고 서울에서 이야기꽃을 펴고서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려고 무릎셈틀을 챙겨서 자리에 앉았지만, 한나절(네 시간)을 고스란히 꿈마실로 보냈습니다. 남은 30분을 책읽기로 보내다가 하루쓰기(일기)를 조금 하고서 내렸어요.


  이제 인천에서도 서울에서도 밤하늘 별빛을 누리지 못 합니다. 날마다 밤별을 바라보지 않는 터전일 적에는 별이 어떠한 숨결로 우리 삶에 이바지하는가를 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내내 쇳소리(자동차 소음)에 길드는 판이니, 첫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달리는 이즈음 바람맛이 어떻게 바뀌면서, 개구리랑 풀벌레랑 새가 어떻게 달리 노래하는가를 들려주더라도, ‘얘기를 듣는 귀를 넘어, 마음에 이야기씨앗이 깃들기는 어렵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흔하고 너른 낱말 하나에 흐르는 온누리(우주)를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말밑(어원)을 아무리 파거나 익힌들 우리 삶으로 녹이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오늘날 서울아이(도시아이)는 ‘별’을 볼 겨를이 없고, 맨눈으로 별빛을 만나지 못 하는 잿집살이(아파트생활)인 터라, 더더욱 ‘별 이야기’가 뜬구름을 잡는 소리일밖에 없습니다.


  진작부터 알기는 했지만, 숲(자연)을 잊고 잃은 이웃님한테 숲말·삶말·살림말·사랑말을 들려주는 글이나 말은 그저 부질없을 만하겠다고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하루 가운데 1분조차 풀노래나 새노래를 들을 틈이 없는데, 개구리를 손바닥에 얹고서 눈을 마주칠 겨를이 없는데, 나비를 손등에 앉히고서 빙그레 웃음짓는 짬이 없는데, 구름이 구르는 빛결을 읽을 새가 없는데, ‘말이 왜 말이고, 말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는가’를 다루는 이야기는 ‘오히려 오늘날 삶하고 동떨어진 소리’로 여기기 쉽겠구나 싶어요.


  꽃그릇에 심는 ‘이쁜꽃’이 아니라, 시골이고 서울이고 틈새를 찾아 씨앗이 깃들어 자그마니 오르는 ‘들꽃·길꽃’하고 상냥하게 어울리는 하루를 보내는 이웃님이 터무니없도록 적은 터라, ‘숲을 숲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책’을 펴내려는 일꾼이 그야말로 드물고, ‘숲을 숲으로 속삭이는 이야기책’을 선뜻 알아보고서 읽고 나누는 이웃도 아주 드물겠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다음달에 서울·인천으로 이야기마실을 갈 적에 들려줄 셈으로 ‘시골 개구리 노랫소리’를 2분 동안 손전화에 담았습니다. 저녁 일곱 시부터 새벽 세 시까지 쉬잖고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리는 하루를 잊은 마음에는, 서로 사랑으로 마주하는 새빛을 꿈씨앗으로 품는 길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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