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7.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
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11.25.
작은아이랑 우체국 나들이를 하러 읍내를 다녀오는 길이다. 언제나처럼 새치기를 하는 할매가 있다. 조금도 못 기다리면서 새치기하는 사람은 휙휙 늙어 빨리 죽어간다. 그러나 새치기하는 사람은 ‘조금 빨리 너보다 내가 빨리 가야겠어’ 하는 마음이 ‘내가 얼른 죽어야겠어’ 하는 마음으로 치닫는 줄 모르기 일쑤이다. 이들한테 이 대목을 짚어 준대서 깨닫는다면 하느님이 되겠지. 그리고 스스로 돌아본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살고 싶은가, 아니면 죽고 싶은가? 집으로 돌아온다. 새·풀벌레·개구리가 보듬는 자리에서 지내는 하루는 느긋하다.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나도 안 가벼운’ 글을 새삼스레 느꼈다. 꾼(전문가)은 왜 삶말을 안 쓰는가? 그들(전문가)은 왜 삶자리에서 삶을 마주하고 바라보고 가꾸면서 ‘말을 짓고 여미어 나눌 마음’을 품지 못 하는가? 자리(권위·권력·학문·명예·월급)를 붙들려는 마음이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쉽게 깨달을 말’을 꺼리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 깨달을 마음이 터럭조차 없기도 하다. 스스로 알아보고 깨닫고픈 마음이라면 ‘어려운 말’을 안 쓴다. 스스로 모르려 하고 죽음길로 달리고 싶으니 딱딱하게 굳은 채 삶도 살림도 잊어 사랑을 등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