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결핍 2023.5.26.쇠.
미워하는 데에서는 싹이 트지 않아. 미워하고 싫어하는데 어떻게 꽃이 필까? 아니, 미움·싫음·시샘·불길일 적에는 씨앗에 싹이 안 날 테니, 풀도 나무도 없이 메마른 허허벌판일 뿐이야. 그저 죽음만 있으니, 싹은커녕 씨앗부터 없고, 풀과 나무가 없고, 벌과 나비가 없고, 풀벌레가 없고, 새가 없고, 지렁이가 없고, 들짐승·숲짐승이 없어. 이처럼 목숨붙이가 죄 없다면, 사람은 태어나거나 자라거나 살아갈 수 있을까? 미워하고 싫어해서 시샘하고 부아나는 마음에는 ‘지음(짓기)’이 없어. ‘써버림(소비)’만 있어. ‘써버림’만 있으니, ‘쓰는 족족 쓰레기’로 바뀌지. ‘써버림’만 있기에, 돈이 아무리 넘쳐도 모자라다고 여기지. 헤프게 쓰든 구두쇠로 아끼든, ‘있는 돈’은 ‘살림살이’가 아닌 ‘써버려서 잿더미로 바뀔 쓰레기’인 줄 미리 느끼면서 걱정하고 두려워한단다. ‘사랑’이 없기에 ‘지음’을 모르니, 돈을 엄청나게 벌어도 ‘돈벌이’를 못 멈추고 안 그쳐. 이제 돈·이름·힘은 그만 쳐다보고서 ‘살림·삶·사랑’을 바라보고 품는 ‘숲’으로 나아갈 노릇이지만, ‘돈맛·돈멋’에 ‘이름맛·이름멋’에 ‘힘맛·힘멋’을 본 무리는 그만 제풀에 겉치레와 허울에 사로잡힌단다. 이들 무리는 우쭐우쭐 큰소리를 치고 막말(욕)에 막짓(폭력·전쟁)을 일삼아. 스스로 가둔 굴레이기에 스스로 벗으면 되지만, 오히려 더 틀어쥐면서 발목을 잡는단다. ‘모자라다·없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리키는 한자말 ‘결핍’이지. 보렴! 모자라거나 없다면서 ‘모자라다·없다’라고 말하지 못 하고 ‘결핍’ 같은 말을 데려오는, 이 모자란 짓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