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3.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

 모리카와 마치코 글/김정성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05.8.8.



하늘은 맑고 파랗다. 작은아이는 오늘도 뒤꼍하고 옆터에서 풀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중국집에서 짜장국수를 시켜서 나른다. 전화로 여쭐 수 있되, 전화로 시키면 플라스틱이 수북히 쌓인다. 집에서 통을 챙겨서 자전거를 달리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나도 없다. 들길을 땀나게 달리면서 짜장국수를 나르면서 봄바람을 마시고 봄볕을 머금는다. 언제부터 통을 챙겨서 다녔는지 돌아본다. 어릴 적에 어머니 심부름으로 가게를 다녀올 적에도 챙겼고, 혼자 살던 스물∼서른에도 으레 챙겼고, 아이들이 우리 곁에 온 뒤로도 챙겼다. 얼추 마흔 해쯤 몸에 밴 살림길이다. 이튿날 부산으로 짊어질 책을 꾸린다. 책꾸러미를 잘 안고서 가자.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를 되읽었다. 도무지 안 팔려서 일찍 판끊긴 책이다. 지난 2005년에 이 책을 장만할 적부터 ‘아, 이 책은 한 해도 못 버티고 책집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이렇게 꽃할매(종군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속깊이 다룬 아름책은 오히려 사람들이 등돌리고, 글바치(기자·평론가·작가)도 모르쇠이더라. 꽃할매는 젊은날 봄꽃으로 피어나는 길이 뚝 끊긴 삶이었지만, ‘늦꽃’으로 새롭게 사랑을 우리한테 속삭이는 길잡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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