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8 오래



  아이한테 안 수수하거나 안 쉬운 말을 쓰면 아이는 못 알아들어요. 아이가 영어나 한자말을 나불나불할 적에 “거 참 똑똑한 아이일세!” 하고 치켜세우시겠습니까? “이 아이 참 되도 않는 말을 하네!” 하고 혀를 차겠습니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차다 : 1.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냄새 따위가 더 들어갈 수 없이 가득하게 되다”로, “가득하다 : 1. 분량이나 수효 따위가 어떤 범위나 한도에 꽉 찬 상태에 있다”처럼 다룹니다. 뜻풀이 첫말부터 턱 막힐 만하고 겹말풀이인데다가, 옮김말씨를 쓰니 얄궂습니다. ‘차다’는 ‘가득하다’하고 비슷하되 다릅니다. 모자라지 않으면서 넘치지 않는 결이 ‘차다’예요. 아주 많다 싶도록 있는 결이 ‘가득하다’입니다. 낱말풀이는 쉽고 수수한 낱말로 부드러이 결을 가를 노릇입니다. 오래오래 쓴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누구나 오래오래 헤아리면서 오래오래 누리도록 추스르기에 낱말책이에요. 누구나 노래할 말을 누구나 서글서글 익히면서 나긋나긋 나누도록 길을 찾아내어 참으로 수수하고 쉽게 엮습니다. 오래 읽히는 글은 수수하면서 쉽게 가다듬은 말이 어우러진 글이지 싶어요. 오래 못 읽히는 글은 수수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말이 춤추는 글이지 싶고요.


[숲노래 우리말꽃]

차다 : 1. 비거나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지나치지 않도록 있다. 더 넣거나 들어갈 만하지 않다. 빈틈이 없다고 할 만하고,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