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23.

오늘말. 길나루


건널목에 그늘을 드리우는 고장이 늘어납니다. ‘그늘나루’일 텐데, 저는 바람빛을 누리면서 햇빛을 맞아들이고 싶기에, 그늘길 아닌 볕길에 즐겁게 섭니다. 숲빛이라면, 별빛도 비빛도 눈빛도 밤빛도 고스란히 맞이해요. 숲내를 잊고 바람새하고 등지기에 마치 지저깨비나 부스러기처럼 햇볕을 가리려 드는구나 싶습니다. 풀꽃나무가 해를 머금지 못 하도록 가리면 시름시름 앓아요. 풀꽃나무가 빗물을 못 마시면 말라버립니다. 앓고 마르는 풀꽃나무를 지켜볼 줄 모른다면, 우리는 삶을 못 배우고, 익힘글을 쓰더라도 익힘길하고 멉니다. 나래짓을 하려면 바람을 읽어야 해요. 서울에 사람이 그렇게 몰린다지만, 우리는 얼마 앞서까지 임금붙이를 빼고는 거의 모두 숲사람이었습니다. 길나루란 이음목입니다. 잇는길이란, 새길로 피어나는 길머리입니다. 배를 타고서 냇물을 건너려는 나루이기도 하고, 두 곳 사이에 놓은 잇목을 거쳐서 눈길을 틔우고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가꾸는 첫자리이기도 합니다. 눈을 감으면 허수아비요, 마음이 갇히면 꼭두각시요, 생각이 막히면 끄나풀입니다. 사냥개 아닌 사랑지기로 살아가기로 해요. 마음과 마음을 날개로 이어요.


ㅅㄴㄹ


건널목·길목·길머리·길나루·이음길·이은길·잇길·잇는길·이음목·이은목·잇목·잇는목·나루 ← 횡단보도


날개·나래·날개짓·나래짓·바람·바람꽃·바람빛·바람새·숲빛·숲사람·숲내기·구름 ← 히피(hippie)


개·사냥개·앞잡이·끄나풀·꼭두각시·허수아비·검불·검부러기·부스러기·보풀·보푸라기·지스러기·지저깨비·지푸라기·짚풀·알랑거리다·알랑질·알랑방귀 ← 주구(走狗)


배움글·익힘글·배움하루·익힘하루 ← 수련일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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