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귀먹다 2023.5.16.불.



말귀를 알아먹지 못 한다고 할 적에 ‘귀먹다’라 하더구나. 밖에서 보자면 ‘귀먹다’일 테고, 그쪽에서 보자면 ‘귀막다’이겠지. 속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기에 ‘머금다’일 텐데, 속을 가꾸려는 빛을 잊고 그저 웅크리기만 하는 ‘막다’로 기울어. ‘귀막은·귀먹은’ 몸이라면 어떤 소리도 말도 노래도 스밀 길이 없겠지. 드나들 틈이 없으니, ‘막은·먹은’ 몸짓에는 노래뿐 아니라 놀이가 없고, 싹트거나 움트면서 깨어나려는 눈빛도 없게 마련이야. 귀를 막는다면 입을 열까? 듣는 마음이 없다면 트는 마음이 없으면서 들려주는 마음도 없겠지. 오가거나 흐르지 않으니, 잇거나 있지 않아. ‘있지 않은’ 마음이고 몸이니, 어느새 입을 닫고, 이윽고 눈을 감는단다. 안 듣고 안 밝히고 안 보면서 굴을 파더군. 굴을 파서 굴레에 갇히겠구나. ‘막고·닫고·감고’라는 세모습이 하나로 모이면, ‘받는(받아들이는)’ 길이 없어. 빛을 받지 않고, 숨을 받지 않겠지. 받아들이는 마음·말·소리·노래가 없을 적에는 어느새 기운(빛)이 메마르면서 뻣뻣하고 굳어버리지. 물빛이 없어 딱딱하게 바뀌면, 아주 작은 것이 닿아도 퍽 깨지면서 흩어져. 처음에는 얼핏 작게 ‘귀먹다·귀막다’였을 테지만, 차츰 ‘귀멀다·눈멀다’로 이어가고, ‘귀멎다·눈멎다·숨멎다’로 나아간단다. 둘레에서 나는 소리를 성가시거나 귀찮다고 느끼면서, 어느새 ‘먹고·막고·닫고·멀고·멎어’서 죽음길로 흘러간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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