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5.19.
오늘말. 잇벗
비가 온다고 싫어하는 풀은 없습니다. 바람이 분다고 골내는 나무는 없습니다. 풀은 비를 거스르지 않아요. 나무는 바람한테 고개돌리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가만히 바라보는 풀이고 나무입니다. 나쁜 하루란 없고, 얄궂은 오늘이란 없습니다. 덤비다 보니 일그러지기 쉽고, 등지다 보니 얄궂게 허물어질 뿐입니다. 빗줄기는 하늘을 씻고 땅을 적시면서 바다하고 잇습니다. 바람줄기는 들판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간질이면서 마음하고 잇닿습니다. 맞받으려다가 부딪히고 깨집니다. 맞붙다가 비틀리고 무너집니다. 흩어진 조각을 바라보다가 하나하나 주워서 새삼스레 이어 봅니다. 가을에 이어 겨울이 옵니다. 겨울은 가을하고 봄 사이를 이루는 징검다리입니다. 봄은 겨울하고 여름 사이를 이루는 징검돌일 테지요. 다 다른 사람 사이에는 이음님이 있어요. 시골하고 서울 사이에는 다릿일꾼이 있지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잇꾼입니다. 하루를 잇고, 마음을 잇고, 생각을 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잇벗입니다. 꿈을 잇고, 사랑을 잇고, 살림을 이어요. 두런두런 오가는 말이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사근사근 주고받는 말이 씨앗 한 톨로 고요히 깃듭니다.
ㅅㄴㄹ
다릿일꾼·징검다리일꾼·징검일꾼·징검돌꾼·이음일꾼·이은일꾼·잇일꾼·이음님·이음지기·잇님·잇지기·이음이·이음벗·이음꾼·잇벗·잇꾼·잇는이·잇는벗 ← 플랫폼 노동자
개기다·거꾸로·거스르다·덤비다·고개돌리다·고개젓다·도리도리·도리질·등돌리다·등지다·얼굴돌리다·동떨어지다·맞받다·맞붙다·맞서다·맞버티다·싫다·손사래치다·일그러지다·뒤틀리다·비틀리다·어긋나다·나쁘다·안 좋다·잘못·몹쓸·못되다·궂다·얄궂다·짓궂다·부수다·허물다·무너뜨리다·깨다·틀깨기·멋대로·제멋대로·막나가다 ← 반사회, 반사회적, 반체제, 반체제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