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5.19.

오늘말. 힘줄


어릴 적에 어머니를 물끄러미 보면서 여쭈었어요. “어머니는 어쩜 그렇게 잘 하셔요?” 이제 우리 아이들이 저를 말끄러미 보면서 묻습니다. “아버지는 어쩜 그렇게 다 할 줄 알아?” 어린이는 손에 굳은살이 안 잡힙니다. 어린이는 어른처럼 힘줄이 불거지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어린이는 언제나 실컷 뛰놀고 달리다가 꿈나라로 날아가면서 하루하루 빛나는 노래입니다. 천천히 자라나서 어느새 어른이란 몸을 입으면 누구나 다 다르게 오늘을 돌아보면서 힘을 나눕니다. 빼어날 까닭은 없고, 그림같아야 하지 않습니다. 호통이나 꾸중으로는 자라지 않더군요. 어린이도 씨앗도 나무도, 두들기거나 다그칠 적에는 벼락을 맞은 듯 시들시들해요. 덤터기를 씌우는 꿀밤이 아닌, 꿀처럼 달콤한 알밤을 나눌 적에 비로소 눈부시게 피어날 수 있어요. 먼먼 옛날을 되새겨 봐요. 회초리를 든 날은 안 깁니다. 채찍도 몽둥이도 아닌, 부드러우며 곱게 펴는 손길이야말로 뼈대를 다지고 보금자리를 일군 굳센 삶으로 잇게 마련이에요. 하나씩 추스르면 됩니다. 엉성할 수 있습니다. 자꾸 넘어지면 새로 일어서지요. 마늘을 찧어 국을 끓이고, 밀알을 빻아 빵을 굽습니다.


ㅅㄴㄹ


값·덤·짐·덤터기·짐값·어긴값·물림값·잘못값·값을 치르다·꿀밤·알밤·매·몽둥이·회초리·볼기질·방망이·채찍·벼락·불벼락·빨간종이·빨간쪽·나무라다·꾸중·꾸짖다·다그치다·호통·높소리·두들기다·때리다·빻다·찧다 ← 페널티, 벌(罰), 벌금, 벌점, 벌칙, 벌을 받다, 벌하다


되짚다·짚다·되새기다·새기다·되씹다·다시보다·돌아보다·되돌아보다·살피다·생각하다 ← 복기(復棋/復碁)


이골·뼈대·뼈·굳은살·굳다·굳세다·힘·힘줄·한가닥·빼어나다·뛰어나다·훌륭하다·그림같다·눈부시다·빛나다 ← 관록(貫祿)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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