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곁말 2023.5.15.
곁말 107 나흘일
이레를 놓고 볼 적에 이레를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가위나 설이라 해서 일을 안 쉽니다. 한 해 내내 일합니다. 누구일까요? 아기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요, 풀꽃나무 곁에서 밭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낱말책을 여미는 사람도 한 해 내내 쉼날이 없습니다. ‘이레일’을 해요. 지난날 일터는 ‘엿새일’을 곧잘 했고, 어느새 ‘닷새일’로 바뀌었어요. 앞으로는 ‘나흘일’로 바뀐다고 하는데, 어쩐지 썩 알맞아 보이지 않아요. 이레를 놓고서 ‘사흘일·나흘일’로 갈라서 이레를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둘레를 봐요. 버스도 기차도 배도 늘 움직여야 해요. 전기를 돌리는 곳도, 전화를 걸고 받도록 잇는 곳도, 숱한 곳도 이레뿐 아니라 설이나 한가위여도 늘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 몸도 늘 움직이지요. 그래서 어느 곳이나 늘 흘러가도록 돌보되, 일꾼 한 사람이 이레를 맡는 얼개가 아닌, 일꾼 둘이 사흘이며 나흘을 나누는, 때로는 일꾼 셋이 이틀일·이틀일·사흘일처럼 나누는 얼거리로 나아갈 노릇이지 싶습니다. 돈터(은행)나 날개터(우체국)나 마을터(동사무소) 같은 곳은 이레 내내 움직이도록 하되, 일꾼을 넉넉히 느긋이 돌릴 적에 비로소 일나눔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나흘일 (나흘 + 일) : 이레 가운데 나흘을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주4일근무(주4일근무제·주4일제·주4일노동), 사일제근무(사일제노동)
닷새일 (닷새 + 일) : 이레 가운데 닷새를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주5일근무(주5일근무제·주5일제·주5일노동), 오일제근무(오일제노동)
이레일(이레살림) : 이레 내내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주7일근무(주7일근무제·주7일제·주7일노동), 칠일제근무(칠일제노동)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