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0 결혼 2023.4.28.



함께살림을 한다면

한걸음씩 함함하게

하늘빛으로 함박웃음

하루하루 한결같이


같이살기를 간다면

가만가만 듣고 가다듬고

가벼이 손잡으며 가누고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꽃맺음 사랑맺음 아름맺음

가시버시 순이돌이 한마음

너나없이 너나들이 우리집

보금자리 둥지 포근포근


철들어 가는 어른

철노래 잇는 어버이

들숲바다처럼 노는 아이

하나씩 가꾸며 짓는 오늘


ㅅㄴㄹ


일본 한자말이라는 ‘결혼(結婚)’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자말이라는 ‘혼인(婚姻)’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뜻한다지요. 예부터 여느 사람들은 한자도 중국말도 없이 생각을 나누었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안 쓰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어떤 우리말로 둘 사이를 나타냈을까요? 먼저 ‘맺다’입니다. ‘매듭’하고 뿌리가 같은 ‘맺음’은 “열매가 맺다”나 “꽃망울이 맺다”처럼 쓰고, “이슬이 맺다”나 “끝을 맺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매조지’라는 우리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데, 곱게 피어나는 끝이자 처음인 길을 나타내는 ‘맺다’예요. 순이돌이가 가시버시로 나아가는 첫길은 ‘꽃맺음’이요, 둘은 ‘사랑맺음’일 테며, 하루하루 ‘아름맺음’이라는 숨결일 적에 즐겁고 아늑합니다. 보금자리를 함께 짓습니다. 둥지를 같이 가꿉니다. 둘은 두레를 둥그렇게 이루듯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마음씨를 따사로이 돌봅니다. 처음에는 ‘마음으로 만남’이라면, ‘한집’을 이루는 길은 ‘꽃을 맺음’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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