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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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5.13.

다듬읽기 30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5.3.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는 나쁘게 여길 책은 아니되,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글멋을 너무 부립니다. ‘우리말’이 아닌 ‘모국어’를 바라보느라, 책이름부터 ‘위하다·불편·미시사’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이 튀어나옵니다. 그냥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멋진 우리말도, 깨끗한 우리말도 아닌, 수수하게 주고받으면서 숲빛으로 생각을 밝히면서 마음씨앗으로 피어나는 우리말 한 마디를 쓰면 됩니다. “우리말을 조촐히 돌아보면” 됩니다. “우리말을 찬찬히 보면” 됩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삶을 보고, 이웃을 마주하고, 우리 숨결을 헤아리면 됩니다. 서울은 서울이고 시골은 시골입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서로 사랑으로 빛납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용히 하늘빛을 담으면서, 어디에서나 별빛으로 노래하면 넉넉해요. 봄이 깊을수록 멧새노래에 개구리노래도 나란히 깊어요. 말은 언제나 마음에서 비롯하되, 마음에 놓는 눈빛에 따라 새삼스레 다릅니다.


ㅅㄴㄹ


문장을 ‘것이다’로 끝맺지 않은 것 또한 그런 뜻에서다

→ 그런 뜻에서 글을 ‘것이다’로 끝맺지 않았다

→ 그래서 글을 ‘것이다’로 끝맺지 않았다

6쪽


한 손님이 이런저런 얘기 끝에

→ 손님이 이런저런 얘기 끝에

14쪽


우리 형편에는 당치도 않은 사치였기에

→ 우리 살림에는 어림도 없었기에

→ 우리 집에서는 꿈도 못 꾸었기에

15쪽


불편함을 제일 많이 지니고 있었다

→ 가장 어려웠다

→ 가장 힘들었다

15쪽


쇠갈고리를 번쩍이며 몰려다니는 상이용사

→ 쇠갈고리를 번쩍이며 몰려다니는 다친아비

16쪽


내 대代에서 끝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 나한테서 끝나 고맙게 여겼다

→ 내 또래에서 끝나 고마웠다

→ 내 줄에서 끝나 숨을 돌렸다

→ 내 길에서 끝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 내 터에서 끝나 한숨 돌렸다

→ 내 곬에서 끝나 기뻤다

19쪽


레퍼토리가 늘어날 시기에

→ 이야기가 늘어날 무렵에

→ 줄거리가 늘어날 즈음에

19쪽


우리 집은 그것을 쓰지 않아서 그에 대한 기억은 따로 없다

→ 우리 집은 안 써서 따로 생각나지 않는다

→ 우리 집은 안 썼기에 따로 떠오르지 않는다

20쪽


붉은색뿐인 침침한 골목을 지나

→ 붉은빛뿐인 칙칙한 골목을 지나

→ 붉을 뿐인 퀴퀴한 골목을 지나

21쪽


내가 입학하기 2년 전에

→ 내가 가기 이태 앞서

→ 내가 깃들기 두 해 앞서

23쪽


운동장은 담장이 까마득히 보일 정도로

→ 너른터는 담이 까마득히 보일 만큼

→ 놀이터는 담벼락이 까마득할 만큼

23쪽


콩나물 시루라고 불리던 과밀 학급 현상이 제일 심했던

→ 콩나물 시루가 가장 빽빽하던

→ 콩나물 시루가 가장 끔찍하던

24쪽


내 언어환경을 교직交織하는 사이에

→ 내 말살림을 엮는 사이에

→ 내 말밭을 짜는 사이에

31쪽


밥벌이란 모든 경제 활동을 뭉뚱그린 말이다

→ 밥벌이란 모든 돈벌이를 뭉뚱그린 말이다

→ 밥벌이란 모든 돈살림을 뭉뚱그린다

33쪽


한국인은 그렇지 않다

→ 우리는 그렇지 않다

38쪽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 아이한테서 어른한테

→ 아이가 어른한테

54쪽


감독이 쳐주는 펑고fungo 볼을

→ 지기가 쳐주는 공을

→ 지기가 굴려주는 공을

60쪽


어느 시는 누구 아류亞流라고 깎아내린다

→ 어느 노래는 누구 흉내라고 깎아내린다

→ 어느 글은 누구 시늉이라고 깎아내린다

82쪽


질풍노도疾風怒濤 같았던

→ 바람 같던

→ 돌개바람 같던

→ 회오리 같던

99쪽


그중에 이런 복불복도 있다

→ 그리고 이런 곬도 있다

→ 여기에 이런 구석도 있다

110쪽


볏짚은 월동준비에 매우 긴요했다

→ 볏짚은 겨울나기에 잘 썼다

112쪽


젊은이가 종일 사역하고 먹는 양으로는

→ 젊은이가 내내 일하고 먹는 밥으로는

→ 젊은이가 밤낮 구르고 먹기로는

113쪽


특히 구보에서 낙오하면 곡哭소리가 나도록 단체기합을 주었다

→ 더구나 달리기에서 처지면 악소리가 나도록 얼차려였다

→ 게다가 달리다가 떨어지면 억소리가 나도록 굴렀다

120쪽


내가 정열을 쏟은 또 한 가지는 윤문潤文, 즉 글 다듬기였다

→ 내가 땀을 쏟은 또 한 가지는 글다듬기였다

→ 나는 또 글다듬기에 온힘을 쏟았다

→ 나는 글다듬기에도 온마음을 바쳤다

136쪽


낙하산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다

→ 나래천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 내려앉았다는 말을 처음 보았다

→ 뒷구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140쪽


정교하게 줄이고 다듬어서 글 쓴 기자도 모를 천의무봉天衣無縫

→ 깔끔히 줄이고 다듬어서 글쓴이도 모를 하늘솜씨

→ 감쪽같이 줄이고 다듬어서 글쓴이도 모를 하늘빛

146쪽


그것은 필부匹婦여서 가질 수 있는 솔직함이요 신랄함이다

→ 들님이어서 꾸밈없고 날카로웠다

→ 아지매여서 숨김없고 매웠다

163쪽


두 사람은 어울리는 배필일지도 모른다

→ 두 사람은 어룰리는 짝일지도 모른다

→ 두 사람은 어룰리는지도 모른다

171쪽


이제는 아예 사어死語가 되어버렸다

→ 이제는 아예 묵은말이 되어버렸다

→ 이제는 아예 옛말이 되어버렸다

177쪽


국어사전은 내 도반이다

→ 낱말책은 곁님이다

→ 우리말꽃은 길동무이다

181쪽


이 글에서 나는 두 가지 아쉬움을 느꼈다

→ 이 글은 두 가지로 아쉽다

→ 이 글은 두 가지 아쉽다

234쪽


간행물이 많이 나오자 더욱 기승을 부리며

→ 책이 많이 나오자 더욱 날뛰며

→ 글자락이 많이 나오자 더욱 너울대며

327쪽


이런 글들이 나올 수 없다

→ 이런 글이 나올 수 없다

330쪽


우리말을 가꾸고 살려 쓰자는 노력은 헛일이 될 공산이 크다

→ 우리말을 가꾸고 살려쓰자는 땀방울은 헛일이 될 듯싶다

→ 우리말을 가꾸고 살려쓰자는 손길은을 헛일이 될 수 있다

33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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