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3.
오늘말. 뿜개
배우려는 사람은 애써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아도 먼저 찾아와서 귀기울여 들으면서 밝게 웃습니다. 안 배우려는 사람은 잔치판을 벌여도 시큰둥할 뿐 아니라, 듣는 족족 한귀로 흘립니다. 배울 마음이란, 찾아오는 몸짓이에요. 안 배우는 마음이란, 서두르거나 새치기를 일삼으면서 틀에 박힌 모습을 잇는 굴레입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쓰는 살림을 보며 “어머니, 그게 뭐예요?” 하고 여쭈었더니 “이거? 조리라고 해. ‘물조리’야.” 하더군요.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본 둘레 어른들은 ‘조리·조루’ 같은 말을 섞어서 쓸 뿐, 어느 말이 맞는지 가누는 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혼자 찾아보니 ‘조루(ジョ-ロ)’는 일본말이더군요. 우리말은 ‘뿜개’이고, ‘물뿜개’라 하면 되어요. ‘뿌리개’라 해도 어울립니다. 마당에서 물뿌리개를 씁니다. 꽃뜰을 슬슬 돌며 뿌림이로 물을 줍니다. 물방울이 가만히 덮으면서 풀잎이 싱그럽습니다. 드나드는 말이요 움직이는 길이니, 바깥말이 섞일 수 있어요. 다만, 살림빛 아닌 빚으로 억누르고 밟던 사나운 수렁에서 쏟아지던 말씨를 빗물로 씻고 살며시 걷어내면, 온마을이 둥글둥글해요. 같이읽는 눈을 그립니다.
가다·오다·움직이다·떠나다·길·마녘길·내려가다·덮다·덮이다·드리우다·휘감다·찾아오다·찾아들다 ← 남진, 남하(南下)
물뿌리개·물뿜개·뿌리개·뿌림이·뿜개·뿜이개 ← 조루(jorro·ジョ-ロ)
돌잇길·돌림길·동글길·둥글길 ← 로터리(rotary), 순환로, 우회로, 완행로, 경유 노선
같이읽기·함께읽기·나란읽기·모둠읽기 ← 병독(倂讀)
움직이다·다니다·오가다·드나들다·길·나들이·몸짓·틀·판·자리·틈·사이·걸음·테두리·마당 ← 행동반경, 활동반경
집값빚·집빚·살림빚 ← 주택융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