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0.

오늘말. 오싹말


우리 어버이 두 분은 절집에 안 다녔습니다. 어버이한테서 숨빛을 물려받기도 했을 테지만, 절집에 가서 절을 해야 할 뜻이 없다고 느꼈어요. ‘뭣 하러 나무조각하고 돌멩이한테 엎드린담?’ 하고 혼잣말을 했어요. ‘앞에서는 어린이한테 막말을 하고, 나이가 어리다면서 괴롭히는데, 저런 나무토막이나 돌덩이를 기리거나 받들든 믿음이 될 턱이 없잖아?’ 싶어 시큰둥했어요. 앞뒤가 다른 꼰대 같은 분들을 으레 보면서 믿음길은 순 거짓스럽다고 여겼습니다. 참말로 절집일꾼이 적잖이 추레한 뒷짓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곰곰이 짚자면, 절집일꾼뿐 아니라 나라일꾼이나 고을일꾼도 몹쓸짓을 일으킵니다. 배움터 길잡이도 못난짓을 저지릅니다. 흰옷을 입으면서 고갯짓을 하는 이들도 슬그머니 얄궂은 짓을 일삼아요. 나이란, 겉옷이었달까요. “하느님은 다 안다면서요? 그러면 눈가림도 알지 않아요?” 하고 어느 말 불쑥 여쭈었더니 서늘한 눈초리가 쏟아졌습니다. 오싹말을 했구나 싶어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었어요. 말썽쟁이는 스스로 알기에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골칫덩이라지만 스스로 모르니 무서운 줄 모르며 그저 바보짓을 따라갈 수 있고요.


ㅅㄴㄹ


떠받들다·받들다·섬기다·우러르다·따르다·그저 따르다·그냥 따르다·기리다·올리다·추키다·추켜세우다·치켜세우다·믿다·믿음·믿음길·절·절하다·큰절·엎드리다·깍듯하다·고개숙이다·고갯짓·높이다·높이 사다·높이 보다·높이 여기다 ← 숭배, 숭상


무섬말·두렴말·뒷말·뒷얘기·으슥말·으슥얘기·으슥이야기·으스스말·으스스얘기·으스스이야기·서늘말·서늘얘기·서늘이야기·오싹말·오싹얘기·오싹이야기 ← 괴담(怪談), 환담(幻談)


긴옷·겉옷·돌봄옷·하얀옷·흰옷 ← 가운(gow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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