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31.


《못다 핀 꽃》

 이경신 글·그림, 휴머니스트, 2018.8.13.



오늘은 짐꾼이 없이 읍내마실을 한다. 혼자 천천히 걷다가 볕이 드는 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마음으로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옮겨적는다. 읍내 버스나루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늙은 사내도 젊은 사내도 담배를 뻑뻑 태운다. 이들이 담배를 태우는 자리에는 “버스터미널은 금역구역입니다”라 적은 걸개천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았는데 아무도 아랑곳않는다. 버스일꾼조차 담배를 뻑뻑 무는 판이다. 이들은 글씨를 못 읽을까? 글씨는 읽는데 배짱인가? 고흥군수랑 벼슬꾼은 뭘 할까? 어느덧 앵두꽃이 거의 졌다. 흰민들레도 노란민들레도 곳곳에 가득가득 오른다. 오늘 올해 흰민들레씨를 처음 받는다. 《못다 핀 꽃》을 읽었다. 꽃할매하고 얽힌 여러 이야기를 새록새록 돌아본다. 할매한테는 다른 무엇보다도 근심걱정을 끊고서 느긋이 쉴 보금자리에, 이따금 두런두런 수다를 나눌 동무에, 그동안 걸어온 삶길을 되새기면서 풀어낼 글그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기다릴 줄 아는 이웃을 누릴 수 있으면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부질없이 돈·힘·이름을 거머쥐면서 우쭐거리는 어리석은 우두머리와 벼슬꾼이 “불수렁(전쟁지옥)을 일으켜서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버리겠습니다!” 하고 외치며 뉘우칠 일이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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