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8.
오늘말. 해밑
아이들하고 중국집에 간 어느 날, “‘대중소’가 뭐야?” 하고 묻는 말에, “‘큰가작’이야.”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는 “큰가작?” 하고 되묻고, 빙그레 웃으면서 “크고 가운데에 작은, 이렇게 셋이지.” 하고 보탭니다. 나라 곳곳에서는 날마다 사달이 터집니다. 펑펑 벼락이 치고, 쾅쾅 날벼락이 잇달아요. 왜 이렇게 큰불이 잦을까 하고 돌아보노라면, 새뜸(신문)에 별빛이나 이슬방울 이야기는 아예 없다시피 하구나 싶더군요. 겉모습만 훑는 글이 넘쳐요. 속빛을 나누면서 북돋우는 글은 드물어요. 겉차림에 휘둘리는 눈길로 쓰는 글이라면, 겉빛조차도 오히려 못 읽으면서 속빛은 아예 잊어버리겠구나 싶어요. 봄을 맞이하면 늘 가을이 떠오르고, 여름을 맞이하면 으레 겨울을 생각합니다. 겨울 어귀에는 봄을 그린답니다. 철없이 사는 셈인가 싶기도 하지만, 새로 다가오는 철마다 ‘지난철에는 어떤 하루였나?’ 하고 곱씹어요. 해거름에 설날을 생각하고, 해밑에 한가위를 떠올린달까요. 한 해가 넘어가는 해넘이가 있고, 날마다 마주하는 해넘이가 있어요. 해질녘에 별을 기다리고, 해맞이를 하는 새벽에 파랗게 트이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ㅅㄴㄹ
큰일·큰사달·터지다·터뜨리다·벼락·벼락치다·날벼락·물벼락·불벼락·불·큰불·이아치다·사달·쾅·쾅쾅·펑·펑펑 ← 대형사고
큰가작·작가큰·큰것 가운데 작은것·작은것 가운데 큰것 ← 대중소(大中小), 소중대(小中大)
겉결·겉빛·겉자락·겉모습·겉차림 ← 피도(被度)
그믐·그믐날·끝날·끝녘새녘·끝해새해·막날·막날새날·새날막날·새해끝녘·새녘끝녘·새해막해·섣달그믐·설밑·설언저리·저물다·저물녘·해거름·해름·해질녘·해거름빛·해름빛·해넘이·해너머·해맞이·해밑·해끝 ← 연말(年末), 연말연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