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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3.5.4.
집순이가 꿈꾸는 둥지
《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20.2.29.
《프린세스 메종 6》(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20)을 읽으며 우리 살림새를 한참 헤아립니다. 보금자리를 이룰 터전을 장만하려고 젊은 나날을 땀흘리면서 바치는 길을 나긋나긋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나중에 목돈으로 팔 것(부동산)’이 아닌, ‘앞으로 팔 마음이 없이 그저 그곳에 혼자 고즈넉이 깃들며 살아갈 터’로 바라본다면, 하루벌이는 언제나 새마음이게 마련입니다.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집이라는 곳을 너무 빨리 올려세우고 너무 빨리 허물어버립니다. 짧아도 쉰 해 동안 안 건드릴 수 있어야 비로소 집이고, 웬만하면 온(100) 해를 거뜬히 버텨야 그야말로 집일 테지요. 두온(200)도 석온(300)도 넉온(400)도 닷옷(500)도 즐거이 누리면서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이어줄 만할 적에 ‘보금자리’란 이름을 붙일 테고요.
돌·흙·나무·풀로 짓는 집은 참말로 닷온(500) 해를 넉넉히 갑니다. 즈믄(1000) 해를 가뿐히 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 서울에 때려박는 잿집(아파트)은 몇 해나 갈까요? 얼마 못 가 모조리 ‘다시짓기(재건축)’를 해야 한다면서 시끌시끌해요.
여섯걸음으로 마치는 그림꽃은 “프린세스 메종”인데, 우리말로 쉽게 옮기면 ‘집순이’입니다. 굳이 멋들여(?) 꾸밈말로 안 나타내어도 됩니다. ‘집순이·둥지순이’로 살아가고 싶은 젊은이 삶과 오늘과 마음을 그리는 줄거리입니다.
집순이는 마을순이로 살아갑니다. 둥지순이는 마을살림을 차근차근 일굽니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삶인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왜 아기가 줄어드는지, 왜 젊은이가 시골을 떠나는데 막상 서울에서 외롭다고 느끼면서 고달프게 보내는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부러울 정도로 좋은 거잖아요.” (39쪽)
“이야기 들어줄까요?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어줘.” “네―에.” “고마워.” (71쪽)
“무엇이든 알 수 없어도 괜찮아요. 비밀이 있어도 좋고, 설령 부부가 되어도 상대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134쪽)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쓸쓸하다는 마음도 소중한 마음이에요.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주 멋진 일이에요.” (156쪽)
#AoiIkebe #プリンセスメゾン #池辺葵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