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3.

오늘말. 헛물


저더러 참 걱정없이 산다고 여쭙는 이웃님이 있기에, “굳이 근심하며 살아갈 까닭이 없는걸요.” 하고 대꾸합니다. 근심없는 삶도 아니고, 근심하는 삶도 아니에요. 걱정근심이라는 낱말을 가볍게 내려놓고서 느긋하게 하루를 맞이하려는 삶입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 꿈을 품어요. 새벽에 눈을 뜰 무렵 오늘 이루려는 바람을 가만히 어림하지요. 하루하루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헛물을 켜거나 헛일을 한 적은 아예 없습니다. 막다른 골목으로 달린 터라 고스란히 돌아가야 했어도 헛다리는 아닙니다. 일감이 몽땅 날아갔어도 헛짓은 아닙니다. 누가 괴롭히거나 들볶더라도 허방은 아닙니다.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 모든 허튼 모습은 헛빛이 아니라,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울 삶자락이라고 느낍니다. 이러다 보면 저절로 웃어요. 궂거나 반가운 일이 따로 없이, 모두 배우는 하루입니다. 홀가분해요. 호젓하게 시골살이를 하면서 흐뭇하게 살림을 여밉니다. 밝게 퍼지는 햇살을 보면서 맑게 흐르는 냇물을 마십니다. 차분하게 둘레를 봐요. 남이 나를 즐겁게 북돋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해맑으면 되고, 저마다 해밝으면 넉넉해요. 오늘도 별이 환하게 돋습니다.


ㅅㄴㄹ


그리다·바라다·바람·꿈·꿈꾸다·꾸미다·떠올리다·짓다·꿈생각·꿈얘기·꿈이야기·별·별빛·어림·어림값·어림셈·어림생각·어림하다·생각·헛꿈·헛빛·헛생각·헛셈·헛속·헛것·헛되다·헛말·헛소리·헛이름·헛얘기·헛다리·헛발·헛발질·헛물·헛심·헛일·헛짓·헛짚다·허튼·허방·가만히·멀거니·멍하니 ← 공상(空想)


밝다·맑다·환하다·훤하다·해맑다·해밝다·웃다·좋다·흐뭇하다·호젓하다·즐겁다·가볍다·가뿐하다·홀가분하다·걱정없다·근심없다·느긋하다·넉넉하다·차분하다·어이없다·터무니없다 ← 낙관(樂觀), 낙관적, 낙천(樂天), 낙천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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