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3.

오늘말. 쳐내다


어깨동무는 키가 맞는 사람하고만 하지 않습니다. 키가 작거나 커도 얼마든지 어깨동무를 해요. 나란나란 걸어가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합니다. 발걸음을 맞추면서 즐겁게 얼크러집니다. 사람하고 새도 어깨동무를 하지요. 먹이그릇을 살며시 놓지 않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어울립니다. 굳이 모이칸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숲을 푸르게 가꾸면 서로서로 오붓합니다. 사람은 쪽걸상 하나를 마당에 놓고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곁걸상을 삼아 내려앉아 노래를 합니다. 사이좋은 둘은 숨은짓도 몰래짓도 마음에 두지 않아요. 살림길에 나눔길로 하루가 싱그럽습니다. 그러나 어깨동무를 잊은 사람들은 그만 살림길을 잃고 나눔길도 등지면서 검은짓에 뒷짓을 일삼아요. 마구 쳐내려 하고, 모질게 괴롭히며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콩 한 알을 석 조각으로 나누자면 배고프지 않아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은 콩을 열 자루씩 먹더라도 배고픕니다. 마음이 넉넉하다면 콩을 열 조각으로 갈라도 배부르면서 흐뭇해요. 작은걸상을 여럿 마련해서 맞물려서 앉아 봅니다. 접는걸상을 챙겨 다님녀서 다리가 아픈 이웃한테 내줍니다. 함께 이곳에서 도란도란입니다.


ㅅㄴㄹ


먹이그릇·모이그릇·먹이칸·모이칸·먹이터·모이터 ← 버트피더(bird feeder)


뒷죽임·검은죽임·검죽임·몰래죽임·숨어죽임·뒷길·검은길·까만길·몰래길·숨은길·뒷짓·검은짓·까만짓·몰래짓·숨은짓·치다·쳐내다·죽이다·없애다 ← 암살


곁걸상·민걸상·쪽걸상·작은걸상·접걸상·접는걸상 ← 간이의자, 보조의자, 스툴(stool), 이동의자, 이동식 의자


나란하다·맞물리다·맞다·맞맞이·맞비기다·맞받다·맞서다·맞붙다·비기다·포개다·어울리다·어우르다·얼크러지다 ← 대칭(對稱), 대칭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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