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3.
오늘말. 밥털터리
거저먹으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거저얻고 싶을 수 있겠구나 싶고, 코도 안 풀며 그냥얻으려는구나 싶다가, 돈이 없으면 빈손으로 얻을 만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습니다. 집을 받을 수 있고, 돈을 얻을 수 있으며, 마음을 이을 수 있어요. 꼭 어버이처럼 할 수 있고, 어버이 모습을 따르지 않을 수 있어요. 빚물림이라면 가시밭길이라 여길 텐데, 가싯길을 한참 걷노라면 모진길을 걸었기에 얻고 배우고 누리고 돌아보는 빛줄기가 있어요. 고단한 나날은 고단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고달픈 나머지 추레한 몰골로 여길 수 있으나, 이 조그마한 살림에 깃드는 별빛은 오늘 이곳을 사랑하는 마음씨로 피어납니다. 빈손에 배가 고파 밥털터리 노릇입니다. 빈손밥질이지만 기꺼이 한 그릇 내주는 이웃한테 고개숙여 고맙다는 마음을 건넵니다. 돈이 있으면 돈을 치릅니다. 마음이 있으면 마음을 나눕니다. 사랑이 있으면 사랑으로 녹입니다. 돈은 있되 마음과 사랑이 없으면 오히려 힘겨운 삶이지 싶습니다. 마음과 사랑이 있고 돈은 없다면, 모자라거나 없는 돈은 천천히 일구어 건사할 수 있겠지요. 자길길을 짐짓 꽃길로 여기면서 활짝 웃습니다.
ㅅㄴㄹ
거저먹기·거저벌기·거저얻기·그냥먹기·그냥벌기·그냥얻기·돈없이 먹다·돈 안 내고 먹다·먹고튀기·물림먹기·물려먹다·물림벌이·물림얻기·밥털터리·밥탈타리·빈손밥질·빈손먹기·앉은먹기·앉아먹다·앉은벌이·앉아벌다·앉아얻다 ← 무전취식
-같이·같은·꼭·꼭꼭·마치·꼴·꼬라지·꼬락서니·모습·몰골·듯·뜻·마음·맘·생각·셈·씨·빛·결·짐짓·-처럼·하다·터·판·티·삶·살림·흐름·얼개·얼거리·틀·틀거리 ← 양(樣), 양상
가시밭·가시밭길·가시밭판·가싯길·자갈길·모진길·모진판·고단하다·고달프다·고되다·버겁다·벅차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 ← 극기훈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