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기다림 2023.4.26.물.



빠듯하거나 바쁘니 못 기다리지. 누가 기다릴까? 한갓지니 기다릴까? 아니야. ‘길게(오래)’ 바라보고, 길게 살아가고, 길게 누릴 줄 알기에 기다려. 기다리는 틈을 아깝다고 여기는 이들을 보렴. ‘짧은 틈’이 아깝다면서 막상 ‘길에 흘리’거나 ‘헤프게 버리는 나날’이 꽤 길지 않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을 꿈으로 다스려서 스스로 사랑하는 길로 넉넉하면서 느긋하게 간단다.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마음에 꿈을 그려서 담을 틈이 없다 보니, 돈·힘·이름은 거머쥔 듯해도 삶·살림·사랑은 모르는 채 헤매지.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은 봄맞이를 못 해.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열매가 익는 철을 못 봐. 기다리지 않으려는 사람은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서 하늘숨을 마시고 별빛을 품는 하루를 맞이하지 못 해.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을 하지.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은 ‘따지’거나 ‘재’면서 길미(이익)가 된다고 여기는 쪽으로 빨리 갈아타지. 기다리는 사람도 이따금 갈아타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갈아타는 길을 즐기’려는 마음이란다. 길게(오래) 보고 다스리는 동안 다사로이(따사로이) 바람이 불어.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사이에 멧새가 어깨에 내려앉아 노래를 부르네. 기다리며 살펴보는 동안에 풀꽃나무가 한들한들 춤추면서 향긋이 푸른내음을 퍼뜨리는 줄 느끼네. 마음을 기울여서 기다려 보렴. 오늘 돋은 별을 알아보겠니? 오늘 흐르는 구름을 만나겠니? 오늘 피는 꽃한테 다가가서 네 손등에 나비가 내려앉을 틈을 내겠니?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마음에 씨앗 한 톨이 싹터서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루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