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글쓰기 / 숲노래 글꽃


누구나 글꽃

3 글 말고 말을 새로



  요즈음 둘레를 보면 ‘글쓰기 배움(강좌·수업)’이 아주 흔합니다. 나라 곳곳에 ‘글쓰기 배움밭’이 있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많더군요. 그런데 글쓰기는 따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는 일이에요.


  생각해 볼까요? 말하기를 배우면서 말을 하지 않아요. “말을 더 잘 하기”라든지 “말을 솜씨있게 하기”를 가르치는 자리가 있더군요. ‘스피치법·대화법’을 가르치던데요, ‘스피치법·대화법’은 ‘말하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스피치법·대화법’은 오로지 ‘소리내기를 가르칩’니다.


  소리내기를 배우는 일은 나쁘지 않아요. 다만, 소리내기를 배우시더라도 ‘말하기’부터 배워야지요. 말하기는 안 배우면서 소리내기만 배운다면, 우리는 ‘벙긋쟁이’일 뿐이에요. “소리내기만 배우면 = 남이 하는 말을 외워서 그대로 따라하는 굴레”에 스스로 갇힙니다.


 ㄱ. 소리내기(스피치법·대화법)를 배워도 나쁘지는 않지만, 말하기부터 배웁시다.


 ㄴ. 소리내기만 배우면, 남이 하는 말을 외워서 그대로 따라하는 버릇이 들기에, 그만 스스로 굴레에 갇힙니다.


 ㄷ. 소리내기를 배우려면, 우리 몸·입·혀·이가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느낄 노릇이에요. 말더듬이는 말솜씨꾼처럼 소리를 낼 수 없어요. 다 다른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소리를 내는 길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ㄹ. “말하기 = 마음밝히기”입니다. 마음을 누구나 알아듣도록 소리로 옮기기에 ‘말하기’입니다. ‘말하기’를 배우는 길이란, “마음을 밝히는 길”을 배운다는 뜻입니다.


 ㅁ. ‘글쓰기 = 말을 옮기기’이고, ‘말하기 = 마음을 밝히기’라면, ‘마음 = 삶을 느끼고 바라보고 헤아려 담아낸 생각’이요, ‘생각 = 다 다른 우리 넋이 삶을 스스로 겪고 누리고 맛보고 해보면서 깨달은 빛이자 씨앗’입니다. “글쓰기 = 삶쓰기”인데, ‘글 = 말 = 마음 = 생각 = 삶’인 얼거리이거든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빛나는 넋(숨결)이니, 우리 넋(숨결)을 그대로 나타내듯 말을 하면 되고, 이 말을 그대로 옮기는 글을 누리면 됩니다.


 ㅂ. “말하기를 배우기 = 삶을 배우기”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삶·살림·사랑·숲에서 태어났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사람들이 하루를 돌아보고, 숲을 바라보고,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길에, 이 모든 삶을 그대로 소리로 옮겨서 나타내던 마음이 ‘말’로 태어났습니다. ‘말하기 = 삶짓기’인 셈이에요.


  쉬운 우리말 ‘하늘’은 왜 ‘하늘’일까요? 쉬운 우리말 ‘집’이나 ‘밥’이나 ‘옷’은 어떤 말밑(어원)일까요? ‘몸·마음’은 어떤 말밑이고, ‘글·그림’은 어떤 말밑일까요? ‘가다·하다·날다·보다·심다’ 같은 쉬운 우리말은 무슨 뜻이고 어떤 말밑이면서 어떤 삶을 그린 말일까요?


  말하기를 배울 노릇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롭게 하나씩 배운다는 뜻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쉽고 흔한 여느 우리말을 하나하나 새롭게 짚으면서 서로 엮어서 차근차근 바라본다면, 말이 왜 말이고, 말이 어떤 삶을 담았는가를 스스로 알아차리겠지요.


  오늘날은 거의 서울말(표준말)이지만,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사투리(고장말·마을말·시골말)를 썼습니다. 사투리란,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들이 “스스로 지은 삶을 나타낸 말”입니다. 사투리를 쓰던 아스라히 오랜 옛날 옛적 사람들은 글을 몰랐어요. 글은 모르되 늘 말을 하고, 손수 살림을 지었고, 말도 지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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