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한자 공부 시읽는 가족 10
박방희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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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4.23.

노래책시렁 302


《참새의 한자 공부》

 박방희

 푸른책들

 2009.10.30.



  우리 집 아이들은 꽤 어릴 적부터 낫을 쥐었습니다. 어버이가 으레 낫을 쥐어 풀을 베니 저희도 낫질을 하고 싶어 달라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쓸 작은 낫을 여럿 장만했고, 왼손으로 풀포기를 어떻게 쥐고서 오른손으로 스윽 긁듯이 베는가를 천천히 보여주고서 따라하라고 일렀어요. 몇 판 보여주면 그 뒤로는 소꿉놀이입니다. 이 아이들은 여태 낫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벤 일이 없습니다. 《참새의 한자 공부》를 읽고서 조용히 덮었습니다. 어느 분은 “낫 놓고 기역 글씨 모른다”처럼 말치레를 하던데, 낫은 ㄱㄴㄷ를 읽는 연장이 아닙니다. 풀을 베는 연장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들한테 “낫 쥐고 풀 벨 줄 모르는” 살림을 부드럽게 타일러서 “낫 쥐고 풀 벨 줄 아는” 오늘을 즐거이 나눌 일이라고 바라봅니다.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 곧게 이은 줄을 바라보며 한자 ‘一’을 익힌다구요?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참 쓴웃음이 났습니다. ‘줄·끈·바·새끼·노’가 저마다 어떻게 닮고 다른 우리말인 줄 아는지요? ‘모시·삼·솜’에서 어떻게 실을 얻어 ‘물레·베틀’을 다루는 줄 아는지요? 제발 우리말부터 배우고, 살림살이부터 물려줍시다. 말장난도 꾸밈말도 아닌, 삶말과 살림말과 사랑말로 아이들 곁에 서며 일합시다.


ㅅㄴㄹ


사람이 / 밥만 먹고 / 살 수 없듯이 // 이 꽃 저 꽃 / 페이지를 넘기며 / 책 읽는 중일 거야 (나비의 책 읽기/60쪽)


얘들아! / 저게 일(一) 자야. / 공중에 줄 하나 / 죽― 그어졌지. / 하나라는 뜻의 한자야 (참새의 한자 공부/6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 꽃 저 꽃 페이지를 넘기며 책 읽는 중일 거야

→ 이 꽃 저 꽃 넘기며 책을 읽어

→ 이 꽃 저 꽃 한 쪽씩 넘기며 책을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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