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쏜살 문고
강경애 지음, 심진경 엮음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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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4.21.

다듬읽기 6


《소금》

 강경애

 민음사

 2019.10.18.



《소금》(강경애, 민음사, 2019)을 읽었습니다. 낱말이 하나하나 살아서 숨쉬는 글결을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요새는 이만큼 글을 쓰거나 이렇게 글빛을 여미는 사람이 드뭅니다. 어쩌면 아주 사라졌을는지 모릅니다. 늘 쓰는 우리말이라지만 정작 ‘우리 마음을 담는 말’이 아닌 ‘우리를 억누리는 우두머리(권력자)가 욱여넣은 말’에 갇힌 굴레에서 못 헤어나온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다만, 강경애 님이 쓴 글에도 손볼 대목은 있습니다. 지난날 막 스며들던 일본말씨가 있고, 일본 한자말이 있습니다. 굳이 안 써도 될 한자말을 구태여 쓰면서 묶음표에 넣기도 하고요. 이런 여러 대목을 차곡차곡 손질하면서 되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말빛을 가꾸고 말넋을 북돋우며 말삶을 일구는 어진 사람으로 즐겁게 마주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말인 줄 알기에 마음이 마음인 줄 알고, 넋이 넋인 줄 읽으면서 빛이 빛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끝도 없는 망망한 바다를 향하여 죽음의 길을 떠나는

→ 끝도 없는 바다로 죽음길을 떠나는

→ 끝없는 바다로 죽으러 떠나는

8쪽


토담을 볼 때마다 지금으로부터 사오 년 전 그 어느 날 밤

→ 흙담을 볼 때마다 너덧 해 앞서 그 어느 날 밤

9쪽


오늘 반공일이어

→ 오늘 아침만 해

→ 오늘 낮은 쉬어

13쪽


어머니의 언짢아하는 모양을 바라보는 봉염이는

→ 어머니가 언짢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봉염이는

→ 언짢아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봉염이는

16쪽


이 생각은 헛된 공상임을 깨달으며

→ 이 생각이 헛된 줄 깨달으며

27쪽


당장에 젖유모를 그만두고 나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지는 듯

→ 얼른 젖어미를 그만두고 나가라고 호통이 떨어지는 듯

47쩍


흥! 하고 고소(苦笑)를 하였다

→ 흥! 하고 쓴웃음이었다

→ 흥! 하고 눈물이 났다

→ 흥! 하고 쓰거웠다

49쪽


십여 년을 이 소금 밀수로 늙었기 때문에 눈 감고도 용이하게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 열 해 남짓 이 소금팔이로 늙었기 때문에 눈 감고도 길을 찾아간다

→ 열 해 즈음 이 소금 뒷팔이로 늙었기 때문에 눈 감고도 길을 찾아간다

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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