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4.21.
오늘말. 멜빵
큰아이를 낳을 즈음 이웃님 한 분이 ‘아기띠’를 보내셨어요. 포대기도 처네도 아닌 아기띠는 처음이라 어찌 쓰는지 한참 헤매었으나, 날마다 차고 떼고 빨래를 하는 동안 손쉽게 만질 수 있더군요. 아기가 찾아와 주었기에 새롭게 익히며 맞아들이는 살림이 하나둘 피어납니다. 작은아이를 낳으며 두 아이를 어루만지는 나날을 새록새록 배웠어요. 가만히 다독이는 길을 살펴요. 스스로 달래며 두 아이를 씻고 감싸고 품고 안으면서 하루하루 새삼스레 기뻤습니다. 부릉부릉 몰지 않기에 모두 등짐으로 나릅니다. 천기저귀도 물병도 옷가지도 모두 등으로 짊어졌어요. 이러다 보니 등짐도 어깨짐도 손짐도 쉬 낡고 닳아요. 멜빵이 삭고 끊어져서 보태고 덧대어 쓰곤 했습니다. 아기는 어버이가 안거나 업을 적에 포근하다고 느껴 잘 놀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집니다. 꿈나라로 날아간 아이 머리카락을 살살 가다듬지요. 잘 자고서 깨어난 아이는 어느새 놀이가락을 펴고, 어버이로서 같이 춤가락을 맞장구로 치면서 흥얼흥얼 날개가락으로 거듭납니다. 사랑으로 녹이는 아이입니다. 사랑스레 눅이는 어버이입니다. 서로 따스하게 만나고, 넋도 얼도 씻어 주는 사이예요.
ㅅㄴㄹ
달래다·다스리다·다독이다·쓰다듬다·비다듬다·어루만지다·씻다·헹구다·마음씻이·몸씻이·넋씻이·넋풀이·감싸다·고치다·녹이다·눅이다·따스하다·따사롭다·포근하다·푸근하다·품다·안다·토닥이다 ← 치유, 테라피(therapy)
멜빵·멜바·박다위·질빵·질바·짐바·몸띠·몸끈·어깨끈·어깨띠 ← 하네스(harness)
날개가락·날가락·나래가락·널가락·널노래·놀가락·놀이가락·춤가락·고치다·바꾸다·새롭다·다르다·만지다·매만지다·어루만지다·가다듬다·다듬다·쓰다듬다 ← 변주(變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