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글쓰기 / 숲노래 글꽃


누구나 글꽃

2 글을 쓰기 힘들면



  입으로 말을 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막상 셈틀이나 손전화를 켜고서 글을 쓰려면 턱 막힌다고 말씀하는 분이 많더군요. 글길이 막히는 까닭은 늘 하나예요. “글부터 쓰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글길이 막혀요.


  글부터 쓸 생각은 접으시기를 바라요. 살림부터 하면 되고, 삶을 노래하면 되고, 사랑을 속삭이면 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뛰놀고, 푸름이는 푸름이답게 꿈꾸고, 어른은 어른답게 일하면서 보금자리를 돌보면 넉넉해요.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우리 삶입니다. 우리가 쓸 모든 글은 참말로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쓸 모든 글은 언제나 우리 마음입니다.


  우리는 다른 삶이나 이야기나 마음을 글로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우리는 다른 삶이나 이야기나 마음을 굳이 글로 풀어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고 살림하고 사랑하는 오늘을 글로 여미면 되어요. 구경한 모습을 글로 옮기려 하지 마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살림으로 익힌 우리 하루를 글로 옮기기로 해요.


 ㄱ. 입으로 천천히 말해 보기.

 ㄴ. 입으로 천천히 말하는 대로 종이에 옮겨적기.

 ㄷ. 손글씨로 종이에 옮겨적자니 손이 느리다면, 더 천천히 말하기.

 ㄹ. 손으로 종이에 내 말을 옮겨적을 수 있는 빠르기를 찾고 느끼기.

 ㅁ. 스스로 말을 하고 스스로 글로 옮겨적을 수 있는 빠르기가 익숙하도록 매무새를 가다듬고서, 늘 글꾸러미(수첩)를 챙기면서 지내기.


  글을 쓰기 힘들면, 말을 하면 됩니다. 내가 한 말을 내가 옮기면 됩니다. 스스로 말이 너무 빨라서 천천히 하기가 힘드시다면, 손전화에 소리담기(녹음)를 하셔요. 손전화에 소리담기로 옮긴 말을 느긋하게 다시듣시를 하면서 손으로 옮겨적으면 됩니다.


  말을 옮겼기에 글입니다. 글은 따로 있지 않아요. 우리가 여느때에 늘 쓰는 말을 담았기에 글입니다. 글만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서로 주거니받거니 듣고 들려주는 모든 말이 고스란히 글입니다.


  글만 따로 쓰려고 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우리가 스스로 하는 말을 스스로 옮기면 모두 글꽃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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