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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전의 마음
나카야 우키치로 지음, 후쿠오카 신이치 엮음, 염혜은 옮김 / 목수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숲책 2023.4.18.
숲책 읽기 195
《과학 이전의 마음》
나카야 우키치로 글
후쿠오카 신이치 엮음
염혜은 옮김
목수책방
2017.6.9.
《과학 이전의 마음》(나카야 우키치로/염혜은 옮김, 목수책방, 2017)을 읽었습니다. 읽기는 읽었는데 엮음새가 너무 어지럽습니다. 꾸밈결(디자인)을 남달리 보여주려고 했구나 싶은데, ‘꾸민 멋’으로 뒤죽박죽 벌리고 좁히고 늘리고 하다 보니 눈이 아프군요.
일본사람이 여민 말씨 가운데 하나인 ‘과학’은 ‘科學’으로 적습니다. 대단하다 싶은 뜻을 품은 이름이 아닌 ‘과학’입니다. 일본이건 다른 이웃나라이건, 이 배움길은 “밝히는 길”입니다. 우리말로는 ‘밝힘길·밝은길·밝길’로 받아들이고 바라볼 만한 ‘과학’입니다.
그러니까 “과학 이전의 마음”이라면, “밝히기 앞서 마음”이요, “낱낱이 파헤치려 하기 앞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았나” 하는 길을 짚는다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해묵은 이웃나라 책을 오늘날 되읽으려 한다면, 오직 이 하나 ‘마음’ 때문일 테지요.
우리나라에도 ‘밝히는 길’을 걸어간 분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조복성’ 님이 있습니다. 일본사람 글을 책으로 여미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우리는 조복성 님이며 석주명 님이 일찌감치 남긴, 또 주시경 님 같은 어른이 일찌감치 맨바닥에서 뒹굴면서 캐낸 이슬 같은 이야기꽃을 오늘말로 가다듬어서 풀어내어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스스로 이 ‘마음씨앗’을 새록새록 가꿀 만하리라 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자꾸자꾸 ‘천황’을 들먹이는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천황을 섬기는 과학’이라면, 말 다 하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아무튼 천황이 영하 25도 저온실에 방문한다는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또한 천황 앞에서 만에 하나라도 눈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34쪽/1947.1.)
비과학적 교육을 받은 내 자신이 훨씬 더 행복했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운星雲이 온몸을 휘휘 감고 있는 허공과 비녀를 꽂은 뱀은 내 과학의 모태다. 사람들은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 자신만은 끝까지 이것들을 소중하게 가슴속에 간직할 생각이다. (161쪽/1946.10.)
분화나 대지진 전에 꿩이나 새가 도망간다는 이야기도 완전히 유언비어는 아니다. 새들이 실제로 토지의 파동을 감지한다는 게 밝혀지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291쪽/1950.6.)
생활이 바빠지지 않으면 전기제품도 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가전제품이 들어오면서 옛날에 비해 굉장히 생활이 편해진 것 같지만 사실 옛날보다 더 한가해진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옛날보다 바빠진 사람이 훨씬 더 많다. (361쪽/(196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