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7.
《모닥불》
안도현 글, 창작과비평사, 1989.5.5.
모과꽃이 줄줄이 흐드러진다. 모과나무 옆에 서면 꽃내음에 흠뻑 젖는다. 다만, 모과꽃이 피지 않은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이어도, 모과나무 옆에 서서 나뭇가지를 쓰다듬으면 그윽한 기운이 퍼진다. 나무에 꽃이나 잎이 있어도 둘레가 환하되, 겨울나무가 서기만 해도 둘레가 밝다. 가지치기는 함부로 안 해야 한다. 땔감으로 쓸 일이 아니면, 마른가지도 건드리지 말 노릇이다. 아무튼 앵두꽃이 터지려 한다. 쑥도 제법 올라왔고, 흰민들레꽃 한 송이도 본다. 가랑비가 오는 늦은낮이 싱그럽다. 《모닥불》을 되읽었다. 엄청나게 팔린 책 같다. 꽤 잘 썼다고 여길 만하되, 곳곳에서 ‘꾸민’ 티를 느낀다. 글이든 노래이든 ‘잘’ 써야 하지 않다. ‘삶을 쓰면’ 된다. 안도현이든 누구이든 삶을 스스로 쓴다면 아름답다. 삶을 안 쓰거나 멋을 부리면 겉멋스럽다. 그러나 안도현 글에서 무엇이 ‘삶을 옮겼’고 ‘멋질을 하려고 겉치레로 꾸몄’나 하고 차근차근 짚는 길잡이를 본 일은 없다고 느낀다. 그저 좋으면 다 좋을까? 이름을 날리고 많이 팔리면 그냥 치켜세우기만 하면 될까? 나는 이이 글을 읽기는 했으나, 아이들이나 이웃한테는 이이 글을 읽으라 하지 않는다. 《모닥불》이란 꾸러미보다는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고 누리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