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6 힘
‘힘주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강조·신신당부’쯤일 텐데, 돋보이기를 바라거나 내세우려 할 적에 ‘힘주기’를 합니다. 남보다 잘 보이려 하거나 앞에 나서려는 마음이 ‘힘주기’인데, 힘을 자꾸 주면 오히려 억지스럽거나 지나쳐 보여요. 힘을 빼면 수수합니다. 힘을 주려니 부풀립니다. 힘을 빼기에 차분합니다. 힘을 주기에 내버티려 합니다. 힘을 빼는 결은 스스로 고요히 빛나는 길로 가고, 힘을 주는 결은 더 크거나 빠르거나 많아 보이려고 겉치레를 하는 길로 갑니다. ‘글에 힘을 뺀다 = 글을 억지스레 부풀리거나 꾸미거나 자랑하거나 내세우거나 장난치거나 덧씌우거나 치레하거나 거짓을 보태지 않는다’입니다. 글에는 힘을 얹거나 싣거나 더할 노릇이 아닙니다. 글에는 오롯이 삶을 얹고 살림을 싣고 사랑을 더할 노릇입니다. 삶이 없이 힘만 잔뜩 들어간 글은 얼핏 멋져 보이지만 속이 비어요. 살림이 없이 힘줌꼴로 그럴듯이 꾸민 글은 두고두고 되읽을 곁글하고는 동떨어져요. ‘글을 잘 써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기에 그만 ‘잘 쓴 글처럼 보이려’고 덕지덕지 꾸미거나 다른 사람 글을 흉내내거나 베끼거나 훔칩니다.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은 힘주어 쓰면 망가집니다. 삶글은 어깨힘이 들어가면 일그러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