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6.
《The Parable of the Lily》
Liz Cutis Higgs 글·Nancy Munger 그림, Thomas Nelson, 1997.
저잣마실을 하며 신집에 들르는데 오늘 따라 신집이 쉬네. 시골에서 고무신을 장만할 수 있는 곳이 몇 안 남았다. 머잖아 가볍고 작고 값싼 고무신을 파는 신집이 다 사라질 수 있으리라. 열세 살 작은아이는 어느새 발이 260에 이른다. 고무신을 미리 여러 켤레 장만해 놓아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려고 찻집에 들른다. 예전에는 사람이 뜸한 귀퉁이 걸상을 찾아갔다면, 요새는 이따금 찻집에서 다리를 쉬며 글쓰기를 한다. 《The Parable of the Lily》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우리말로 나온 《아빠의 선물》은 그만 믿음길(종교)을 억지로 집어넣어 얄궂으나, 영어로 나온 판은 오직 ‘씨앗과 시골순이 살림길’을 상냥하면서 부드러이 보여준다. 시골에서 나고자라면서 흙빛과 들살림을 아이 스스로 사랑하도록 천천히 지켜보고 북돋우며 이야기하는 어버이 모습을 담은 책이 대단히 드물다. 아이들이 시골살림을 짓도록 이끄는 글을 쓰는 글꾼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농사·농업’을 해야 하지 않다. ‘흙살림·들살림·숲살림’을 하면 된다. ‘돈을 바라보는 농사·농업’이 아닌, ‘살림을 그리는 흙·들·숲’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이 나라 이 땅 이 별이 반짝반짝 깨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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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