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3.29.
오늘말. 흙두레
혼자서는 혼잣말을 하고, 두엇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합니다. 혼잣힘으로 거뜬한 일이 있고, 두엇이 도란도란 힘을 모아 두레를 이룹니다. 흙살림을 함께 가꾸려는 흙두레가 있고, 들살이를 두루 펴려는 들두레가 있어요. 바다에서는 바다두레를 하고, 숲에서는 숲두레로 모입니다. 살림을 지피려는 마음이라면 살림두레를 꾀하고, 꽃처럼 곱게 꽃두레로 만납니다. 좀 어수룩하기에 꾸중할 수 있고, 퍽 엉성하지만 찬찬히 다독이면서 고치는 길을 갈 만합니다. 처음부터 잘 해내기도 한다지만, 오래오래 갈고닦거나 바로잡으면서 나아가기도 합니다. 탓하거나 다그치기보다는 부드럽게 상냥한 마음을 내보이면서 하나씩 둘씩 펴면 즐거워요. 첫술에 배부르기보다는 두고두고 이어가는 받침을 헤아립니다. 첫걸음에 다 이루려 하기보다는 느긋느긋 펼치면서 일판을 깔고 놀이판을 두면서 천천히 선보이려 하고요. 나뭇가지를 회초리로 삼아서 호통을 하는 몸짓으로는 두레를 펴기 어려워요. 빨랫줄을 괴는 바지랑대로 마주합니다. 받침나무나 버팀나무 노릇을 할 만하고, 서로 사이좋게 동무나무로 서는 길이라면 푸른바람이 일어날 만합니다.
ㅅㄴㄹ
논밭두레·시골두레·흙두레·들두레 ← 농협(農協)
물밭두레·바다두레 ← 수협(水協)
들밭두레·숲밭두레 ← 축협(畜協)
숲두레 ← 산림조합,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꾸중·꾸지람·꾸짖다·나무라다·다그치다·닦다·닦아세우다·닦아대다·따지다·타박·탓하다·핀잔·호통·회초리·고치다·바로잡다 ← 질정(叱正)
굄나무·고임나무·괴다·고이다·받침·받침나무·받나무·받이·받치다·깔나무·깔판·깔다·깔아놓다·발·버팀나무 ← 침목(枕木)
팔다·펴내다·펼치다·내다·내놓다·내보이다·나오다·보이다·선보이다·끊다 ← 발매(發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