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74
《公害의 政治經濟學》
都留重人 글
이필렬·조홍섭 옮김
풀빛
1983.8.20.
2005년 11월 19일, 헌책집지기님은 “젊은 사람들은 세로쓰기를 잘 안 봐. 가로쓰기만 보지. 그런데 최 선생은 젊은 사람 같지 않아. 세로쓰기도 한자 책도 잘 사서 읽으시네.” “읽을 책을 읽을 뿐인걸요.” “그래, 읽을 책을 읽어야지. 그런데 읽을 책이 뭘까? 요새 책이 하도 안 나가서 걱정이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겉에 한자가 적힌 책은 건드리지를 않아.” “속에는 한자를 한 마디도 안 쓰더라도 굳이 책이름에 한자를 적는 분이 많아요.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물갈이를 하는 셈이지 싶어요. 책은 아까워도 이제는 이렇게 한자로 글자랑을 하는 먹물은 사라져야지요. 한자를 안 쓰더라도 부러 어렵게 쓰는 사람이 아직 많은데, 그런 글도 사라져야겠고요.” “그렇지.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지. 그런데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이 너무 사라져서 장사가 안 되니 힘드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에 머물다가 버려진 《公害의 政治經濟學》을 헌책으로 찾아서 읽었습니다. 몸글에는 한글로 ‘공해’나 ‘정치경제’로 적는데, 책이름은 굳이 ‘公害·政治經濟學’처럼 한자로 밝혔습니다. 누구나 읽을 글이려면 적어도 한글일 노릇이요, 무늬만 한글이지 않도록 가다듬을 일입니다. 껍데기도 마음도 글도 푸르게 삶으로 거듭나야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