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3.26.
오늘말. 포개다
가을로 성큼 접어들면, 그동안 밤마다 얼크러지던 호랑지빠귀에 휘파람새 노랫소리가 잦아듭니다. 겨울이 저물고 새봄이 찾아오면 어느새 호랑지빠귀랑 휘파람새가 다시 찾아와서 밤빛을 밝히는 노래가 맞물려 새벽녘이 싱그럽습니다. 시골은 온갖 소리가 어울립니다. 새소리에 풀벌레소리를 포개고, 바람소리에 빗소리를 포갭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구름이 흐르는 소리에 지렁이가 깨어나는 소리를 비기면서 들을 만하고, 앵두꽃잎이 살풋 떨어지는 소리에 설레기도 합니다. 서울은 너무 시끌벅적한 나머지 오동잎이 툭 떨어지는 소리조차 듣기 어렵습니다. 아우성이라도 하듯 쇳덩이가 바글바글 북새통을 이루면 귀가 고되고 눈이 괴롭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큰고장이라도 골목으로 살짝 접어들면 작은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맞이합니다. 왁자지껄 북적이는 저잣거리를 벗어나면 들꽃에 맺힌 이슬을 볼 만합니다. 우글우글 가겟거리에서 빠져나오면 햇살을 받으며 팔랑거리는 나비랑 놀 만합니다. 봄맞이새 노랫가락으로 힘겨운 더께를 털어냅니다. 겨울맞이새 노랫소리로 버거운 먼지를 씻어냅니다. 말많은 이 땅에 말썽 아닌 새노래가 번지기를 빕니다.
ㅅㄴㄹ
마당·골목·판·자리·저자·저잣길·저잣골·저잣골목·저잣마을·저잣거리·가겟거리·가겟골목·가겟길 ← 몰(mall)
나란하다·맞물리다·맞다·맞맞이·맞비기다·맞받다·맞서다·맞붙다·비기다·포개다·어울리다·어우르다·얼크러지다 ← 대칭(對稱), 대칭적(對稱的)
말많다·일많다·말썽·골치·힘들다·힘겹다·어렵다·까다롭다·벅차다·버겁다·고단하다·고달프다·괴롭다·고되다·시끄럽다·시끌벅적·어지럽다·어수선하다·아우성·북새통·북적이다·복닥이다 ← 다사다난(多事多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