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이다 - 감독으로 말할 수 없었던 못다한 인생 이야기
김성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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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23.

인문책시렁 299


《김성근이다》

 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12.5.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를 읽고 보니, 이처럼 애쓰는 지기도 있으나 이처럼 애쓰지 않는 지기가 꽤 많겠구나 싶더군요. 공놀이(야구)를 하는 지기(감독)하고 일꾼(선수) 사이에서뿐 아니라, 어버이랑 아이 사이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둘은 틀림없이 마음(정)을 나누는 사이입니다만, 틀렸을 적에는 틀린 줄 밝히고 알려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서도록 이끄는 몫을 해야 지기(감독)이자 어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기·일꾼’하고 ‘어버이·아이’ 사이뿐 아닙니다. 모든 곳에서 같아요. 치킴글(주례사비평)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글을 놓고도, 빛꽃(사진)을 놓고도, 이야기(강의)나 모든 일을 놓고도 다를 까닭이 없어요. 여느 자리에서는 도란도란 어울리거나 지내되, ‘일’을 바라볼 적에는 오직 ‘일’로 마주하면서 다스릴 노릇입니다.


  우리 아이가 쓴 글이나 빚은 그림이어도 틀렸으면 ‘틀렸다’고 짚을 노릇입니다. 어느 때에는 부드럽거나 상냥하게 짚겠지요. 어느 때에는 따갑거나 아프게 짚겠지요. 어느 때에는 매몰차거나 거칠어 보이겠지요. ‘오나오냐(주례사비평)’는 서로 망가지는 지름길입니다.


  《김성근이다》을 여민 글님은 쇳덩이를 안 몰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삶을 누린다고 합니다. 오직 스스로 그릴 하루만 바라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다가도 곧잘 꽃밭으로 뛰어들어 엎어진다지요. 어느 하루만 이러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걷다가 거리나무나 전봇대에도 부딪혔을 테고, 숱하게 넘어졌겠지요.


  저는 글을 쓰고 낱말책을 여미는 일을 하기에, 쇳덩이(자가용)를 안 몰 뿐더러, 자전거를 달리면서 곧잘 ‘딴생각(낱말을 어떻게 풀이하고 여미느냐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거리나무에도 박고, 자칫 냇물이나 도랑에 빠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걷거나 버스·전철을 타다가 그만 엉뚱한 데에서 내린다든지, 내릴 곳을 지나치기 일쑤예요.


  간추려 보자면, 한길을 오롯이 가고 싶다면 쇳덩이를 버리면 즐겁습니다. 글을 쓰려는 분이라면 제발 쇳덩이부터 버릴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모느라 글을 못 써요. 책을 읽으려는 분도 부디 쇳덩이부터 치울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건사하느라 책을 못 사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버스·전철이 아무리 밀리거나 막혀도 걱정하지 않아요. 밀리거나 막히는 동안 조용히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든요.


  공놀이 지기(야구 감독)뿐 아니라, 길잡이(교사·교수)도 쇳덩이를 버릴 노릇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종잇조각(면허증)이 없을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거느리는 바로 그때부터 글이랑 책하고 등지는 셈입니다. 걷지 않으면 마을을 못 보고, 바람을 못 느끼고, 별빛을 못 봅니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길을 못 보고, 둘레를 모르며, 철바뀜을 못 알아챕니다.


  글이나 책하고 얽힌 삶길을 나아가고 싶다면, 치킴글(주례사비평)이란 굴레를 버릴 노릇이요, 쇳덩이를 치울 노릇이며, 걸어다닐 노릇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로 살아가며 아이를 사랑하려는 보금자리에서도 치킴말을 버리고 사랑말만 들려줄 수 있으면 됩니다. 아이 손을 잡고서 걸어다녀야 아이가 사랑을 물려받습니다. 아이를 쇳덩이에 앉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때부터 스스로 ‘어버이를 등지는 굴레’에 갇히는 셈입니다.


ㅅㄴㄹ


프로 감독이 되고 나서 선수들과 사적인 정을 끊은 이유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선수를 최고로 성장시키려면 힘든 연습을 이겨내야 하는데, 감독과 선수가 사적으로 정을 나누면 정신력이 약해지게 돼 있다. (24쪽)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다. 야구에만 빠져 살아서 어느 순간 생각에 몰두하면 잘못 하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 있을 때 시합에서 진 날,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다가 길가 화단으로 고꾸라진 일이 있었다. 야구 생각하다가 눈앞에 길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나이든 남자가 갑자기 화단을 들이받았으니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얼른 일어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빨리빨리 걸었다. (47쪽)


누가 나한테 휴식 시간에는 뭘 하냐고 하면, 나는 휴식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1년 내내, 365일 야구 한다. 하루도 안 쉰다. 내 머릿속은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49쪽)


그 선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생각이 바뀔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선수에게는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입만 아플 뿐이다. (98쪽)


내가 캠프 때마다 꼭 챙겨가는 게 책이다. 두세 박스씩 담아간다. 미팅 때 선수들한테 들려주기 위해서다. 내가 읽고 좋은 내용을 다 기록해 놓았다가, 미팅 때 이야기해 준다. (145쪽)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사는 게 다르다. 정말 절실하게 원하면 뛰게 돼 있다. 그만큼 달리게 돼 있다.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힘들고 고달퍼도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지 싶다.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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