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말 2022.3.22.불.



살고 싶기에 아프거나 앓는다. 아프기 싫거나 앓기 싫으니 죽는다. 살고 싶기에 신나게 아프거나 앓으면서 허물을 벗어. 아프기 싫거나 앓기 싫으니 허물을 붙잡아. 실컷 아프거나 앓으면서 허물벗기를 하니 반짝반짝 새몸으로 튼튼해. 하나도 안 아프려 하거나 안 앓으려 하기에 허물을 안 벗으면서 자꾸 낡고 고이다가 썩으면서 죽음길에 이르러. 얼마나 오래 아프거나 앓아야 하는지 알겠니? 네가 새롭게 깨어날 사랑그릇대로 아프거나 앓는단다. 아프거나 앓는 몸을 고스란히 따사로이 바라보고 차분히 돌아보면서 스스로 빛나기까지 그저 온기운을 들이는 삶이야. 허물벗기를 하자마자 새로 허물벗기를 할 때가 있어. 허물을 한 꺼풀 벗었는데 더 벗을 허물이 줄잇기에 또 벗고 다시 벗기도 해. 네 마음에 담는 생각을 보렴. 네 마음에 흐르는 생각을 이룰 말을 고르렴. 고루고루 말 한 마디를 보면서 네 생각을 스스로 그리고 마음에 씨앗으로 심는 하루로 나아가렴. 너는 네 말을 찾아서 하면 돼. 너는 네 말이 네 마음을 이루도록 생각을 가꾸면 돼. 너는 네가 고이 고른 말로 마음이 가득가득 흐르면서 삶으로 피어나도록 네 기운을 쓰면 돼. 아주아주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이 아주아주 우람하게 자라서 나무로 서고 숲을 이루니, 새가 찾아들어 노래하고 풀벌레가 깃들어 노래하고 나비가 날아와 춤을 춘단다. 아주아주 조그마한 말 한 토막이 아주아주 사랑스레 크면서 사람으로 깨어나고 눈을 반짝이면서 부드러이 둘레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뻗는 살림으로 나아가. 죽고 싶으면 아프지 않거나 앓지 않도록 미리맞기(백신)로 네 몸을 망가뜨리렴. 죽고 싶으면 자꾸 ‘약’을 먹으면서 네 머리(뇌)를 찢어버리렴. 살고 싶으면 오늘도 한껏 아프고 앓으면서 활짝 웃고 춤추는 네 넋을 바라보고 돌아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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