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직 2021.12.16.나무.



바꾸려 하지 않기에 안 바뀔는지 모르지만, 아직 바뀔 때가 아니라서 ‘그 모습’을 더더더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기도 해. ‘그 모습’을 더는 보기 싫다고 여기기에 ‘더더’ 그 모습을 보아야 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보기 싫은데 왜 자꾸 더 보아야 하느냐며 더 싫기도 하지? 그래, 더 싫으니 ‘그 모습’을 더 보아야 한단다. 남이 치워 주지 않거든. 네가 ‘그 모습이 싫다’는 마음을 씻어서 녹이고 없애야 하거든. ‘없앤다’고 했는데, 네 마음에 ‘그 모습이 싫다’가 아닌 ‘나는 이 모습을 그린다’고 하는 생각이 가만히 맑게 떠오르면 된단다. 온마음을 다하여 보고 느끼고 생각할 모습은 ‘네(내)가 스스로 그리는 사랑’ 하나야. 사랑을 그리지 않는 동안에는 ‘네(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잔뜩 본단다. 네(내)가 바라지 않는다고 여기는 일이 늘 곁에서 자꾸 불거지지. 왜 그러겠니? 너 스스로 사랑이 아닌걸. 너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너 스스로 바라는 모습으로 둘러싸일 뿐 아니라, 너 스스로 바라는 숨결이 되어 ‘모든 것’을 네 사랑으로 녹여서 새롭게 깨우지. 왜 아직 사랑이 아닌지를 생각하렴. 왜 스스로 사랑에 온마음을 안 쏟는지 느끼렴. 네가 ‘싫다는 그 모습’을 생각하느라 그만 네 길을 건너뛰거나 지나치려 하지 않았는가 하고 돌아보렴. 늘 차근차근 간단다. 늘 하나씩 한단다. 너희가 밥을 짓는 길도, 빨래를 해서 옷을 입는 길도, 바느질이나 뜨개질도, 씨앗을 심고 나무를 가꾸는 길도, 언제나 하나씩 하지. 건너뛰어도 되겠니? ‘라’를 쓸 적에 ‘ㄹ’을 건너뛰고 ‘ㅏ’만 적어도 되니? 더디거나 느린 일이란 없어. 늘 가야 할 때에 맞게 가고, 가야 할 곳에 맞게 간단다. 이 길을 그저 웃으면서 바라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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