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바보 2021.12.15.물.



수컷이 바보라면 암컷이 바보란 뜻이고, 암컷이 바보라면 수컷이 바보란 뜻일까? 누가 바보인 줄 누가 알까? 바보스럽지 않은 길은 누가 알고 어떻게 짚어 줄까? 흐름을 모르기에 바보일까? 흐름을 알기에 바보가 아닐까? 같은 짓을 되풀이하니 바보로 여기기도 하는데, ‘그 같은 짓’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얼마나 바라보니? 바보를 깨우는 길은 뭘까? “네가 하는 짓이 바로 바보스럽단다.” 하고 말하면 눈을 뜰까? 아마 이 말에 눈을 뜨자면, 바보짓을 1억×1억 벌을 하고서도 모자라겠지. 달래든 다그치든 바보는 눈뜨지 않아. 포근히 품어서 풀어줄 적에 바보가 눈뜨지. ‘아직도 바보’인 줄 알기에, 또는 ‘이제 바보를 끝내’려고, 다시 바보짓을 하기도 한단다. 잘 보렴. 너희가 몸뚱이라는 ‘살옷’을 입은 오늘이야말로 바보짓 아닐까? 그런데 너희는 이 바보짓을 하지. 왜 그럴까? 바보짓은 깨부술 수 없고, 바보를 죽일 수 없단다. 깨거나 죽이면 그만큼 새로 나거든. 오직 사랑으로 풀고 녹일 적에 눈을 떠. 늘 사랑일 적에 깨어나지. 허튼 꿈에 스스로 가둔 사람은 이 허튼 꿈에서 깨어날 생각이 없어. 옆에서 온갖 얘기를 들려주어 본들, 바보같은 잔소리에 그치지. 눈뜨거나 깨어나는 사랑은 스스로 샘솟을 뿐이란다. 이 살옷을 입은 몸으로 온갖 흔한 일을 하는 참으로 작은 삶을 보내는 자리에서 하나부터 열어가지. ‘탁 틔운 하늘에 가만히 솟아 온누리를 따스히 비추는 해’ 같은 마음하고 눈빛일 적에 스스로 눈을 뜨고 일어난단다. 어떤 ‘옷(수컷·암컷)’을 입었든 스스로 사랑인 줄 보렴. 스스로 빛나는 줄 보렴. 스스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스스로 어깻짓하는 춤을 보렴. 노래하고 춤추었으면 사르르 물러가서 자면 돼. 일하고 놀고 이야기하고 쉬는 사이에 스스로 빛나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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