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3.21.

숨은책 818


《초록색 엄지소년 티쭈》

 모리스 드리용 글

 최윤경 그림

 배성옥 옮김

 민음사

 1991.3.20.첫.1996.8.25.7벌



  1994년부터 서울을 드나들기 앞서까지 인천도 ‘꽤 크다’고 여겼습니다만, 인천은 ‘백화점도 없다가 겨우 생겼으나 일찌감치 무너진’ 곳이고, ‘방송국이 없’다가 1997년에 ‘itv’가 태어났으나 몇 해 뒤 ‘서울방송국 짬짜미’에 밀려 닫아야 했습니다. 없는 투성이인 고장이지만, 매캐한 공장은 수두룩했고, 서울을 버티는 일개미(노동자)는 날마다 불수레(지옥철)를 이루며 오갔습니다. 서울내기 동무가 “그래도 광역시인데 백화점이 없다고?” 하고 물으면 “응, 다들 거의 서울로 새벽에 가서 밤에 돌아와 자는데 백화점에 갈 일부터 없지.” 하고 대꾸했어요. ‘잠고장(침대도시)’에 큰가게가 설 수 없겠지요. 그러나 서울도 백화점이 이따금 사라졌습니다. 예전 서울역에 있던 큰가게가 닫았고, ‘미도파백화점’도 가뭇없이 떠났어요. 판이 끊긴 《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를 어렵사리 헌책으로 찾아내었는데, ‘서울 미도파백화점 상계점 7F’에 있던 〈미도파문고〉에 깃든 자국이 고스란하더군요. 팔림쪽(전표)이 그대로 붙었다면, 안 팔렸다는 뜻일 텐데, ‘96.10.22.’에 책시렁에 꽂힌 뒤 얼마나 오래도록 손길을 못 받았을까요. 그래도 용케 서른 해 가까이 어디선가 살아남았습니다. ‘미도파’도 ‘미도파문고’도 이제 없으나 ‘미도파백화점 7층 미도파문고 책시렁’에서 잠자던 책은 제 곁에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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